오늘의 북한|김정일 "외부바람차단"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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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련 및 동구권을 휘몰아친 개방·개혁 외풍의 방지에 부심해 왔던 북한이 최근에는 주민들이 소련 및 동구사회주의 국가에 관련된 정보에 가까이 하는 것을 막기위해 이들국가에 관한 자료를 폐기하기까지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료폐기는 고르바초프 문헌집과 레닌서적에까지 포함되고있다.
북한 당국은 또 이같은 주민의 정보접근 제한과 아울러 새로운 이론을 주민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는 그동안 강화되어온 사상교육의 일환이지만 처방이 보다 고단위화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귀순자 및 관련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은 최근 『외부바람을 막기위한 빗장을 단단히 걸어야 한다』 『우리식 사회주의에 잡사상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모기장을 쳐야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소련 및 동구권에 관한 기존자료들을 모두 회수해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최근 당중앙위원회를 통해 내린 지시는 출판담당기관, 방송기관, 도서관 및 교육국등 주민의 사상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 광범위하게 걸쳐있다.
출판총국에 대해서는 학교기관·기업소등에 보관하고 있는 고르바초프 문헌집과 동구사회주의국가 정상들의 연설문등을 폐기조치하고 처리결과를 중앙당에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앙당 교육국에 대해서는 고등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있는 소련 및 동구사회주의 국가들의 역사에 관한 교육을 중단하고 학습교재를 수정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각 도당위원회는 각급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레닌전집과 레닌저작집을 전량 회수하고 대출을 일체 중단할 것을 지시했고 중앙당 방송위원회에는 만수대 텔리비전을 통해 매주 일요일 방영하고 있는 소련 및 동구사회주의 국가들의 극영화(주3편)를 방영하지 말것을 지시했다.
김정일은 또 중앙당 선전선동부를 통해 각기관 당간부 및 인텔리 계층을 대상으로 사상이념교육을 강화토록 지시했다.
내용은 ▲『수정주의 문학예술의 반동성과 유해성에 대한 비판』을 (김정일저)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하고 ▲연구기관 소속강사들을 선발해 「현대사회민주주의자들이 문학예술분야에서 레닌과 스탈린을 왜 헐뜯는가」라는 내용으로 순회강연회를 개최할 것등이다.
이같은 주민의 「외부정보」 접근 차단과 병행해 새로운 사상도 주입하고 있다.
새로운 이론의 이름은 「조선민족 제일주의」.
이 이론은 87년7월 김정일의 논문에서 처음 등장해 수정·보완되어 89년9월20일 『우리민족 제일주의론』이라는 단행본으로 평양출판사가 발행했다.
이 이론의 주 내용은 ▲남의 것을 올려보거나 본뜨려 하지말고 모든 것을 우리식대로 해나가야한다 ▲노동당은 전체인민을 민족 자주정신으로 무장시키는 사업을 힘있게 펼쳐야하며 ▲당원들과 근로 인민대중은 민족의 영예와 존엄을 갖기 위한 투정에 모든 것을 다 바쳐야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주체사상의 실천요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이론은 최근들어 학교 및 각 인민반장(우리의 반장에 해당), 군 정치지도원을 통해 주입식으로 교육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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