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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25시(5)|인력시장 외국인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서울장위동 가죽의류업체인 H패션 3층 작업실.
20대후반의 필리핀여성 6명이 한국인 종업원과 함께 망치로 가죽다지기 작업을 하며 비지땀을 쏟고있다.
작은 키에 겁먹은 듯한 큰눈, 티셔츠에 청바지차림….
가무잡잡한 피부를 제외하곤 얼핏보아 한국인과 구별하기 어렵다.
「마닐라근교 비클대학 동물학과 졸업, 지가우고교 생물교사」. 지난3월 최대체류기간인 90일간의 관광비자를 받고 입국, 이곳에서 일하고있는 로어림양(29)의 약력은 다소 의외다.
동료 말라리양(29)은 바기오대학 비서학과를 졸업, 필리핀교육문화부 공무원으로 근무했었다. 나머지 4명도 모두 전문대졸이상의 「고급인력」.
로어링양의 출국일은 지난6월20일. 그러나 4개월째 불법 체류하고있다. 나머지 사람들도 3∼4개월씩 비자없이 버티고있다.
한국인 브로커의 알선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로어링양의 월급은 필리핀교사봉급(50달러)의 8배인 4백달러선(28만원), 숙식은 공장측에서 해결해주기 때문에 돈쓸일이 별로없다.
로어링양은 그동안 1천달러를 고향의 부모님께 송금했다. 고국에서는 20개월동안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손에 넣을수 있는 거액(?)이다.
경제력 향상에 따른 한국인근로자들의 단순기능직 취업기피현상으로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불법 취업자는 계속 늘고있다.
이같은 외국인 불법취업은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공공연한 고용풍속으로 자리잡고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9월말 현재 입국한 필리핀인은 모두 2만4천69명. 이중 3천6백여명이 국내,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수도권에 머무르고 있다.
체류자중 3분의1이상은 체류기간을 연장하거나 불법으로 남아 봉제공장 종업원·가정부·술집접대부·공사장인부등으로 취업, 숨어살다시피 하고있다.
입국자중 불법취업으로 적발된 필리핀인은 모두6백65명. 전체외국인 불법취업자 (1천91명) 의 65%를 차지하고있다.
필리핀인들은 영어에 능숙해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업이 쉽다.
이에 따른 부정적 현상은 악덕브로커들의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행위.
지난5월 서울에서는 취업을 미끼로 필리핀 여성 7명을 입국시킨뒤 사창가에 팔아넘긴 박미자씨(36·여)와 이들에게 윤락행위를 강요, 화대 1억여원을 가로챈 조영택씨(50)등 4명이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한중관계 개선 이후 급격히 증가한 중국교포 불법취업도 80년대에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올들어 9월말현재 입국한 중국교포는 모두 2만6천3백47명, 출국자는 모두 1만7천명으로 약9천명이 국내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중 절반은 불법취업하고 있다는 것이 법무부관계자의 추산.
서울역지하도는 중국교포를 대상으로한 인력시장. 매일평균 2백여명의 교포들이 몰려 서로 취업정보를 교환하고, 구인자와 취업조건등을 흥정한다.
하얼빈시에서 음식점 점원으로 일하다가 한달전에 입국한 김모씨(34)는 『친구3명과 함께 안산의 아파트공사장에서 일당4만원을 받고 일하고있다』며 『하루 품삯이 중국에서의 한달치 수입과 맞먹는다』고했다.
별명이 「연변처녀」인 이복례양(25)은 서울 여의도 C카페에서 3개월깨 호스티스로 일하고 있다.
주수입원은 손님들이 주는 2만∼3만원의 팁으로 매월 평균 50만원을 번다. 숙식은 카페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매월 30만원을 꼬박꼬박 저축할수있다.
『시집갈 밑천을 마련, 금의환향하는것』이 「연변처녀」이양의 꿈이다.
외국인취업은 정부가 검토중인 「전체고용인원의 10% 외국인채용허용」 방침이 확정될 경우 머지않아 합법화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인력시장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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