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신바람 우리아이 - ①인터넷·비디오게임에 노출된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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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라길 바라는 건 모든 부모의 공동 관심사다. 때문에 뒤쳐지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괴롭다. 그것도 질병이면 더 그렇다. 최근 들어 ADHD증후군(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발달장애·학습장애 등 예전에는 생소했던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문명의 이기로 인해 소근육만을 움직이는 생활환경으로 비롯된 뇌의 불균형 때문이다.
현대사회 환경과 관련된 아이들의 문제와 대처법, 더욱 건강한 뇌를 위한 생활법 등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빨간 색만 보면 흥분하는 8살 남자아이가 있다.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만 하면 흥분해서 "길에 드러 눕는다"고 말할 정도다. 아이의 엄마는 "모든 게 게임 때문"이라며 한스러워 했다. 하루에 6시간 이상 게임을 해 왔다는 그 아이는 치료 중에도 게임과 연관된 말이나 행동을 나타냈다. "나의 필살기를 받아라"고 말하는가 하면 쉽게 화를 내고 울었다. 이 아이는 게임 중독으로 야기된 ADHD 환자였다.
요즘 비디오·인터넷·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은 ADHD 또는 학습장애 환자가 된다. 물론 이런 질환들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나지만 달라진 환경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게임은 중독증을 유발하며 아이가 자발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집착을 하다가 우울증이나 불안감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ADHD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대개 산만하다. 지속적인 주의 산만과 과다한 활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 바로 ADHD이다. ADHD에 걸리면 학교 생활도 원만치 못하다. 교실을 뛰어 다니고 수업 중에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교우 관계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폭력적인 행동과 욕설로 인해 결국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ADHD는 비디오·TV·인터넷 등 매체탓만이 아니지만 환자들의 사례를 보면 매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뇌의 불균형적인 발달에 따른 문제는 뇌의 기능을 올려주는 감각·운동·침구·향기치료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ADHD 아동은 자극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환경을 차분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또 감정 조절이나 판단이 잘 안되기 때문에 잘하는 일에는 아낌없이 칭찬하고, 못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엄하게 꾸짖어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비디오나 TV 등 영상물을 이용한 교육을 선호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영상물 역시 아이의 두뇌발달이 성숙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주면 학습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학습장애란 정상적인 지능을 지녔는데도 학습 성취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TV나 비디오의 과도한 시청으로 인해 나타나는 학습장애는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대표적 증상이 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이다. 말을 해도 문장 대신 특정단어나 말투를 중얼거리거나 단어만 알고 적절한 말을 활용하는 의사소통은 안된다. 이는 교육에 있어 상호작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받게 되면 판단과 분석 기능을 담당하는 뇌기능이 떨어져 전반적인 두뇌 균형이 깨지게 된다.
사회성도 떨어진다. 아이는 누군가와 눈을 맞추는 것도 피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생후 8개월부터 3세까지는 부모나 주변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을 형성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자극에 익숙해지면 의사소통에 대한 의욕도 떨어지고 새로운 것을 접하거나 배우는 것도 싫어진다. 이는 과도한 시청각 자극이 한쪽 뇌의 신경 세포망을 과잉 발달시키고 몸을 움직이는 자극을 바탕으로 발달하는 뇌를 비활동적으로 만들어 발달을 저해시켰기 때문이다. TV 시청을 할 때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는 비활동성은 최근 심각하게 대두된 소아비만의 문제까지 몰고 온다.
올바른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대안 교육처럼 실제로 모든 것들을 보고 듣고 만지면서 배우는 학습이 최우선이지만 상황이 안맞아 비디오 학습이 불가피하다면 아이 혼자 비디오나 TV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상물 학습도 부모가 함께 보면서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다. 내용을 선별해 보여주고, 가능한 시리즈 영상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장시간의 시청도 좋지 않다. 3세까지는 일주일에 45분짜리 영상물을 1~2개 정도 보도록 제한하고, 4세 이후부터는 하루에 1시간으로 제한해 시청을 하도록 한다. 영상물을 볼 때 자세도 중요하다. 눕거나 비스듬히 앉도록 하지 말고 영상물을 시청한 후에는 꼭 TV를 끄도록 유도한다.
아이를 다그치는 건 금물이다. 아이에게 이상 행동이 나타났다면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환경을 꼼꼼히 살피고, 그게 아이의 증상을 치료하는 1차적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살을 맞대는 스킨십은 아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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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원
원광대 한의대 졸, 한의학박사
원광대 한의대 외래교수
현 변한의원 원장
www.okby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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