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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행진(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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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터널의 끝」도 보이지 않는 적자경제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무역적자와 경상수지적자가 날이 갈수록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10월말 현재의 무역적자는 1백11억달러. 우리와 같은 아시아 신흥공업국(NIES)이며 비슷한 무역규모를 가진 대만은 정반대로 10월말 현재 1백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경상수지적자도 이미 90억달러를 넘어서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9월말 현재 84억6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작년 같은기간의 13.5배로 늘어났고 지난해의 총적자 22억달러의 네배나 됐다. 10월 한달동안에도 적자 8억달러가 발생했다.
이는 경제기획원의 연초 전망치 30억달러의 3배나 되고 8월의 수정 전망치 80억달러를 훨씬 넘는 숫자다.
4·4분기에 들어서면 좀 나아지리라던 경상수지 개선의 기대마저 여지없이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무역의 경우 이제 전방위적자시대가 돼버렸다.
우리의 3대수출시장인 미국·일본·EC도 급격히 무너지면서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9월말 현재의 대미·대일·대EC무역적자는 각각 8억,67억,2억8천만달러.
기술은 선진국에,가격은 개도국에 밀려 이들 수출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외채증가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8월말 현재의 총외채는 3백77억달러. 작년말에 비해 60억달러나 증가했다.
소비자물가의 경우도 우리보다 한걸음 뒤져있는 말레이시아가 훨씬 안정돼 있다. 우리물가상승률이 87년 6.1,88년 7.2,89년 5.1,90년 9.4,91년(예상)9.5%인데 비해 말레이시아는 0.9,2.5,2.8,3.1,4.5%.
우리 국제수지의 적자누증은 적어도 앞으로 1∼2년동안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대만·싱가포르·홍콩의 국제수지는 장미빛 전망. 중국도 올해 1백22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념의 결속보다 경제협력이 중시되는 시대의 흐름이다. 들뜨게 했던 북방교역도 현재 5억5천만달러의 적자이고 대중 무역적자만도 8억달러에 이른다.
수교라는 정치적 기대때문에 최혜국대우를 해주면서 거꾸로 「차별관세」를 무는 불평등을 감수해온 대중교역정책.
안이한 진단으로 기대감만을 부풀려 과소비로 이끌었던 지도력 부재의 경제정책에 일대 반성과 전환이 절박한 시점이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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