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3개 국내 상장사 모두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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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 들어 주가가 30% 가량 올랐지만 미국의 코카콜라 1개사만 팔면 국내 상장사를 모두 인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는 3일 금융업을 제외한 6백3개 상장사의 보통주 지분 '50%+1주'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지난 2일 현재 1백38조3천8백1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연초보다 35.4% 증가한 액수다.

또 이 가운데 국내 10대 그룹은 82조5천8백88억원이면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할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10위인 코카콜라 1개사의 주식을 모두 팔면 현재 1백37조원"이라며 "코카콜라 주식을 전부 팔아 국내 6백3개 상장사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인수 비용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수 비용은 연초보다 42% 증가한 43조3천1백37억원.

올해 인수 비용이 가장 많이 오른 그룹은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한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 등 현정은 회장 계열의 현대그룹으로 2백10% 오른 8천5백6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여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그룹의 인수비용이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경영권 분쟁도 주가가 싸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박사는 "삼성.LG그룹 등이 국내에서는 덩치가 큰 것 같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작은 기업"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지배구조를 더 투명하게 만들고 주주가치를 높여 기업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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