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1월 SAT 성적 결국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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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기관인 ETS가 1월 27일 서울에서 시험을 치른 900여 명의 성적을 전원 무효처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ETS는 시험윤리실 레이 니코시아 대표는 9일 한국 홍보대행사를 통해 "자체 조사 결과 일부 시험준비학원이 불법적으로 문제를 학생에게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점수가 취소된 학생들은 3월 31일 무료로 시험을 다시 보거나, 5월 5일과 6월 2일 재등록을 해서 무료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ETS 측은 그러나 학원의 문제 제공 경위나 향후 관리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에 무효처리된 시험은 그동안 2005년 ▶12월 문제와 동일하며 ▶비공개 원칙인 기출문제가 몇몇 시험준비학원에서 유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서울어학원 이경로 원장은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기출문제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 자료를 선생들이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어학원은 기출문제를 학생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학원 가운데 하나다.

성적 취소 사실에 시험을 쳤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민족사관고의 한 3학년 학생은 "이제까지 공부한 게 한순간 날아가 허무하다"며 "ETS 측이 문제 출제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2년도 안 된 문제를 그대로 출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카페 '리얼SAT' 회원 'Azure_Blue'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서 서로 답 맞춰 보고 수학 문제 풀 시간에 에세이를 써도 감독관들이 가만두는 분위기였다"며 시험장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았다. 현재 SAT는 ETS의 문제를 미국 대학 입학시험 위원회(CEEB)가 받아 시험일 2~3일 전까지 국내 시험대행 기관(13개 특수목적고와 외국인 학교)에 국제 택배로 문제지를 보낸다. 각 학교의 시험 당일 감독관인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봉인을 뜯고 문제를 나눠준다.

아들이 서울 지역 외고에 다닌다는 한 학부모는 "한 입시 학원에서 특강을 받은 특정 외고 학생이 대부분 이번 문제를 사전에 접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학교와 학원 간의 관계가 도를 넘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장혁.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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