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최고 승률 우승 눈앞에 … '무서운'여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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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5승1패, 승률 94%.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이 2007 겨울리그 우승을 눈앞에 뒀다. 1승만 더 올리면 자력 우승이다.

그것도 그냥 우승이 아니다. 역대 최고 승률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최고 승률은 프로 창단 첫해인 1998년 삼성생명이 거둔 87.5%(7승1패)다. 신한은행이 18승2패 이상의 성적을 내면 그 기록은 깨진다. 전주원(35)-정선민(33)-태즈 맥윌리엄스(37)로 이어지는 역대 최강 라인업을 갖춘 신한은행. 그러나 스타가 즐비하다고 해서 우승이 그냥 따라오는 건 아니다. 1등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영주의 '출퇴근 개념'

이영주(41) 신한은행 감독은 욕심이 많다. 그가 올 시즌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정상급 포워드 정선민과 역대 최장신 하은주(2m2cm)를 영입했다. 그는 "2007년은 '명문 신한'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이 정선민을 영입하려 하자 "데려다 놓고 우승을 못하면 (감독) 자리가 위험할 수도 있다.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이대로 가자"고 충고한 인사도 있었다. 그러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며 구단주를 설득했다.

그는 '농구는 일터'임을 강조한다. 직장에 출근했으면, 눈물이 쏙 나오도록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칠고 엄하다. 그러나 훈련이 끝나면 자상한 오빠로 바뀐다. 이 감독은 설을 앞둔 2월 어느 날, 팀의 고참들을 데리고 찜질방에 갔다. 한참 재미있게 얘기를 나누다 정선민이 한마디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분이 코트에선 왜 그러는지 몰라."

정미라 MBC 해설위원은 "이 감독은 선수의 명성과 상관없이 성과에 따라 확실한 인센티브를 준다. 올 시즌 삼성생명전에 패한 다음 선발 라인업이 확 바뀌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고 했다.

◆37+35+33=팀워크

맥윌리엄스, 전주원, 정선민의 나이를 합하면 105세다. 코치 3명이 뛰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고의 스타들이 뛰는 신한은행의 팀워크가 좋은 것은 '나이 든 주전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위성우 코치는 "플레잉 코치 전주원은 실력, 친화력, 그리고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하고 있다. 그가 감독에게 순응하면 다른 선수들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선민은 "우리가 혈기 왕성한 나이였다면 욕심도 많았을 테고, 개인기록도 신경 썼을 거다. 그런데 주원 언니도 나도 어떻게 선수 생활 마무리를 잘할 수 있느냐에 더 신경을 쓴다"고 했다.

스무 살짜리 딸을 두고 있는 맥윌리엄스는 '엄마' 같은 존재다. 하은주는 "맥윌리엄스는 나의 롤 모델이다. 우리에게 직접 농구를 가르치기도 한다"고 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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