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친필일기 활자본 오자투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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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무공 이순신 연구를 10여 년째 해온 이공계 교수와 연구원이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최희동(52) 교수와 한국원자력연구소 배영덕(45).김명섭(42) 박사 등 3명이 주인공. 이들은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가 펴낸 이순신연구논총 최신호에 '이순신의 임진일기에 첨부된 서간문초에 대한 추론적 소고'를 실었다.

임진일기 책의 맨 끝에 붙어 있는 한 장의 편지 초안이 원래 임진일기의 한 부분이 아니고 갑오일기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게 그 논문의 주장이며, 보존과 전승 과정에서 생겨난 착오로서 복원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최 교수 등 세 명은 이순신 연구에 헌신해온 스승 고 박혜일 전 서울대 명예교수(원자핵공학) 밑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다. 스승이 하던 일을 돕던 이들도 어느새 이순신 연구에 흠뻑 빠져들었다. 1998년에는 박 교수를 포함한 4명이 공동으로 '이순신의 일기(서울대출판부)'를 펴내기도 했다. 박 전 명예교수는 1여년 전 타계했다.

최 교수는 "광복 이후 아직까지 국역 및 연구 교재로 삼을 만큼 정확하게 활자로 옮겨 인쇄해 놓은 '난중일기'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 7~8년 동안 준비해 온 '이순신의 일기초(日記草:가제)' 발간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일기뿐 아니라 편지를 초안한 글이나 장계 초안, 비망록 등이 모두 원문대로 실리게 된다는 것이다.

임진일기 끝에 붙어 있던 이순신 장군이 쓴 편지의 초안.

이순신의 친필일기를 활자화하여 인쇄해 놓은 책은 많으나 틀리거나 빠진 글자들이 있어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는 난중일기를 활자화하고 기존에 활자로 나와 있는 난중일기에 대한 일종의 검독(檢讀) 작업이다. 최 교수팀은 이 작업을 통해 120여 군데 오류를 발견해 수정했다.

이들은 방대한 검독 작업을 휴일이나 방학 등 짬짬이 틈을 내 해왔다. 배.김 박사가 자료 수집과 확인을 위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서울을 오간 것도 셀 수 없다. 그렇다고 누가 연구비를 대주는 것도 아니다.

"원자핵공학과 이순신 연구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어서 병행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보다는 전공과 상관없는 것을 한다는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을 견디는 게 더 힘들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정확한 난중일기 활자본 하나는 누군가가 꼭 만들어야 할 일이어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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