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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디지털 교과서는 장밋빛 환상일 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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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육부가 디지털 교과서 도입 방안을 내놓았다. 교과서.참고서.문제집.사전.공책 등의 기능을 단말기에 통합한 디지털 교과서를 내년부터 시범 도입해 2013년부터는 전국 초.중.고에서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든 모든 교과목에 대해 멀티미디어 학습을 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학습 데이터베이스도 활용할 수 있단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책가방도 사라진다. 그야말로 꿈의 교과서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기대 뒤엔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문제점들이 있다. 미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선 이미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해 시범실시하다 중단한 적이 있다. 학습효과와 학생들의 건강, 정보 인프라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들의 사고력.학습효과가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책은 아직까지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지식 전달.이해.흡수의 수단이다. 깊고 풍부한 사고.분석.판단 능력을 갖추는 데는 여전히 최선의 방식이다. 이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기본 지식을 담은 교과서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그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전자 책이 종이 책을 대체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듯, 글을 읽는 맛이나 지식 습득의 효과는 그리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건강 또한 문제다. 컴퓨터가 일상화되면서 인터넷 중독증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컴퓨터 눈병'으로 불리는 브이디티(VDT)증후군이 만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조차 자식들의 컴퓨터 이용을 제한한다고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수업마저 디지털 교과서로 이뤄질 경우 건강이 어찌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공적.사적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게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중요한 것은 과연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이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고, 우리는 이에 부정적이다. 학교교육에서 디지털의 비중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