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여성문제,방치해선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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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국 17만여개소의 향락업소에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숫자는 6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국립정신병원 조사팀의 보고서가 「추산」했다. 당국으로부터 정식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업소를 대상으로한 조사결과다. 음성적으로 활동하는 여성까지를 포함하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될는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므로 이 보고서가 가져다주는 충격은 그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충격적인 것은 당국의 「묵인」하에 버젓하게 매춘행위를 일삼는 유흥업소의 향락화율,곧 허가업소 가운데 성적 서비스업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29%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 윤락 여성들 가운데 5.9%가 히로뽕 상습복용자로 추산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그러나 지난 3일밤의 한 TV뉴스는 이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하고 있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속칭 「미아리텍사스」에는 정확한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성년 소녀들이 업주들의 매춘 상품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15세밖에 안됐다는 한 소녀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23세 「언니」의 주민등록번호로 행세했으며 『돈 한푼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공무원은 얼굴을 꼿꼿이 쳐들고 『그런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락여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다. 윤락여성의 문제로 해서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들은 인신매매,마약범람,성병의 만연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 하나하나의 문제들은 각기 독립된 사회 문제로서 우리들의 생활속에 깊숙이 파고 든다.
그렇게 세포분열된 하나하나의 문제들이 마침내 큰 덩어리로 뭉쳐져 결국은 사회의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요한 문제가 우리 사회의 하나의 지엽적인 문제로서 방치되고 있는 까닭은 윤락여성문제를 성개방 풍조에 따른 자연적인 추세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가기만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인 인식이 그렇고 당국의 자세조차도 그렇다.
수요와 공급의 일반적 원리는 여기에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한 유흥업소업주의 「고백」에 따르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업소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찾는 손님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미성년자를 고용하게 된다』는 말에는 이시대를 사는 아픔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윤락여성의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렁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이 문제를 단순한 「윤락행위방지법」에만 맡겨 해결하려 하고 있다. 사회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맞서지 않는한 이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엉뚱한 형태로 우리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눈덩이처럼 커지기만 하는 윤락여성의 문제­. 되풀이해서 말하거니와 윤락여성의 문제는 그 자체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범죄와의 전쟁」이 아니라 「윤락여성과의 전쟁」을 벌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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