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망국”기성정치 성토/「선거와 시민생활」토론회 지상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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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민이 나서서 돈 안드는 선거 만들어야/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주장 “눈길”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 주최로 1일 예음홀에서 「선거와 시민생활」을 주제로 열린 시민원탁회의는 현재 진행중인 여야간의 선거법협상을 비판하고 선거제도의 전면적 개편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정치성토장이었다.
1백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장장 네시간동안 계속된 이날 회의에서 현역의원들은 소속당의 입장을 변호했으나 토론에 나선 학자·언론인·시민대표들은 각당의 당리당략에 얽매인 논리의 허구성을 통렬히 비판하고 『시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회의는 원로언론인 박권상씨(『시사저널』 편집고문)의 「선거제도개혁의 올바른 방안」이란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박씨는 『혁명적 선거제도의 개혁없이 민주주의가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극히 비관적인 질문으로 말문을 열기시작,유럽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씨는 『바야흐로 선거망국론이 일고있다』고 전제,『무보수 명예직인 광역의회선거에서도 1인당 보통 5억원에서 10억원까지 돈이 뿌려진 「졸부들의 대행진」이었다』고 말하고 내년 네차례 선거비용을 20조원으로 예상하기도 하는데 이는 국가전체예산의 3분의2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벌써부터 돈으로 표를 사는 선심공세가 공공연해지고 있다』는등 「망국론」의 근거를 예시했다.
박씨는 그러나 『집권세력의 공명의지만 있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선거법은 어차피 제도이기에 운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난망한 기대이기에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씨는 『현행 소선거구제야말로 불법·타락의 원천』이라며 그 폐해로 ▲좁은 선거구이기에 혈연·지연·학연 등에 좌우됨 ▲큰인물보다 지역유력자가 당선됨 ▲매표가 용이한한 점 등을 들었다.
대안으로 제시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정수 5,6명의 대선거구로 나눠 정당마다 후보명부를 제시하고 정당별득표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당하는 제도.
박씨는 이 제도의 장점으로 ▲사표가 없어지고 ▲정당대결이므로 선거비용이 절감되며 ▲후보개인이 「사생결단」으로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것 등을 강조했다.
박씨는 끝으로 『5·16이후 정치군인의 국회진출보장을 위한 안전장치로 마련된 현행 전국구제도는 명백한 위헌이므로 반드시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인 김중위의원(민자)은 「사견」임을 전제했지만 주로 여당입장을 대변했다.
김의원은 기본적 원칙으로 ▲돈안드는 선거 ▲국회의 국민대표성 확보 ▲우수한 후보선발을 전제하고 『덧붙여 「정국안정」도 가능하다면 금상첨화』라며 몇가지 안을 얘기했다. ▲주민을 동원·유인(?)하는 대중집회는 현대정치에 맞지않으니 지양해야한다 ▲금품수수를 막기위해 유급운동원제도를 없애야 한다 ▲표의 등가성 확보를 위해 선거구를 합리화해야한다 ▲정당비례대표제는 현행 권위주의적 정당구조하에서 어렵다는 것 등이다.
반면 박상천의원(민주)은 선거법협상 실무 소위의 대표로 「당의 공식입장」이라며 선거법개정에 대해 말했다.
박의원은 우선 『개정의 원칙은 위헌적 제도의 개선,말은 트고 돈은 묶는 방향』이라며 『돈을 못쓰게하려면 돈안드는 선거방법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 말을 트는 방법으로 ▲정당연설회·개인연설회·좌담회·TV연설허용 등을 제안했다.
박의원은 이어 『소선거구제만이 국회의원 물갈이가 용이하다』며 현행 소선거구제의 유지를 주장.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할 수 없어 곤란하다』며 거부했다. 이밖에 현행전국구제도는 국민의사를 무시하고 여당에 무조건 전체의원수의 절반을 주어야하는 「위헌적 제도」임에 동의,『13대국회가 민주화의 책무를 다하려면 반드시 고쳐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발전론」을 전공하고 평소 「선거공영제」를 주장해온 김광웅교수(서울대)는 『선거의 기본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정당간 선거법협상은 극히 지엽적인 이해득실만 따지고있어 어차피 14대 총선은 기대할 것이 없다. 15대 선거를 겨냥해 법개정운동을 펼치자』고 주장. 김교수는 특유의 비판적 시각에서 『선거는 엘리트간의 음모』『여야를 초월한 정치인간의 유희』라고 규정하면서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김교수는 『잘못된 전제가 있음을 알자』며 ▲우리의 선거는 선진국형이 아니다(선진국형선거를 고집할 수만은 없다) ▲선거가 곧 돈은 아니다 ▲정권은 절대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전국구제도는 명백한 위험임이 분명하다』며 시민연대회의측에 『위헌제소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유승삼 중앙일보논설위원은 앞서 발언한 의원들을 비판하며 주장을 펼쳤다.
유위원은 『기존정당은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기에 이들에게 혁신적 법개정을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이라며 「시민단체의 보다 적극적 활동·캠페인」을 강조했다. 예컨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양당의원이 모두 나름의 논리로 반대했지만 사실상 양대정당제도하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미 다양화된 우리사회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며,이를 위해서도 비례대표제는 도입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유위원은 이밖에 ▲선거권자 연령인하 ▲불법행위처벌강화 ▲국고보조확대 등을 주장하고 주최인 「시민연대회의」측에도 보다 대중적인 조직구축과 홍보등 활동강화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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