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밝아야 저축이 는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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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활동의 국내부문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적으면 대외부문에서 경상수지 적자를 낳고 그것이 계속되면 대외부채가 쌓인다는 것은 정한 이치다.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무역수지 악화와 이로 인한 외채의 증가는 바로 투자를 따르지 못하는 국내저축에 연유하고 있다.
재무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금년 상반기에도 국내저축이 투자를 충당하지 못해 투자재원의 상당부분을 해외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층 염려스러운 것은 저축과 투자의 차액이 작년보다 금년에 더 커졌다는 사실이다.
국민총생산중에서 소비에 충당하고 남은 저축을 국민총생산에 대한 비중으로 표시한 수치,즉 총저축률과 총투자율 사이의 간격이 작년에는 2%포인트 이내이던 것이 금년 상빈기에는 5%포인트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를 두고 투자를 너무 많이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투자에 돌려야 할 부분을 소비에 써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사회가 과소비로 흥청대는 동안 88년 38%를 웃돌던 총저축률은 금년 상반기에 33% 밑으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왕성한 투자를 받쳐줄만한 재원의 자립기반이 허물어지고 만 셈이다.
문제는 빠른 시일안에 투자를 하고도 남을 만큼 저축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에 있다. 아직도 과소비풍조의 징후들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널려 있고 저축의 천적에 해당하는 물가불안과 인플레예상심리가 좀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1년내내 선거바람에 휘말릴 내년의 사회분위기가 국민들의 저축의욕을 북돋워 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소득중의 저축비중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바로 이점에서 우리는 가계저축률과 총저축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경쟁력약화의 원인이라는 부정적 시각에서만 보아왔던 빠른 임금인상추세를 잘만 활용하면 저축률의 상승으로 유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소득상승 속에 내재된 저축증대의 동인을 살리지 못한채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저축억제요인들을 키워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가불안을 제쳐두고라도 과연 사회구성원들의 대다수가 더 잘 살 수 있는 내일에의 믿음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가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신념이 없는 사회에 저축이 불어날 까닭이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쉽게 벌어 헤프게 쓰는 음성수입과 투기소득의 존재도 직접·간접으로 저축을 위축시키는 작용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저축증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단순히 금리나 저축유인제도와 같은 금융정책의 테두리안에 머물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사회경제적 안목에 입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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