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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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매의 일반적 의미는 어떤 물건을 놓고 사겠다는 사람이 많을때 경쟁을 시켜 돈을 제일 많이 내겠다는 사람에게 파는 행위를 말한다.
이같은 거래관행은 법률상 동산·부동산을 공매처분하게 되는 경우 경매방법을 도입하면서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매가 실질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예술품이나 취미용 수집품들이 경매시장을 형성하면서부터 였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 효시가 미국과 영국에 각각 본사를 두고 전세계에 1백여개 지점을 개설하고 있는 소더비사다. 비슷한 규모의 크리스티사와 함께 세계 경매시장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소더비사는 1744년 서적상을 경영하고 있던 미술애호가 새뮤얼 베이커에 의해 창설됐다.
당초에는 서적경매를 주업으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미술품도 다뤘으나 그로부터 34년후인 1778년 미술애호가 존 소더비가 참여하면서 미술품 전문의 패밀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소더비사와 1766년 창설된 크리스티사의 세계경매시장 점유율이 80%를 상회하고 있다니 양사의 경매위력은 짐작할만하다. 양사가 똑같이 미술품을 주업종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경매량에서 미술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조금 넘어설 정도. 부동산·기차·자동차·가구 등 큰 물건에서 사진·편지·악보·장난감·동전 등 잡동사니에 이르기까지 생활주변의 모든 물건들이 경매에 올려진다.
한번은 죽은 여배우의 속옥·브러지어 따위가 경매에 부쳐져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세계의 시선은 줄곧 미술품 경매에 쏠린다. 그 액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사의 경매에 부쳐지면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된다.
근자에는 양사가 한국의 고미술품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22일에는 뉴욕 소더비 경매장이 사상 최초로 한국 고미술품 단독경매전을 열었고,그 경매전에서 고려불화인 『수월관음도』가 미국인에 의해 약 13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이다.
한국의 고미술품이 국제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는 측면도 있으나,고귀한 문화재가 도마위에서 난도질당하고 있다는 느낌도 떨쳐버릴 수 없다.<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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