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규 작가 "소서노에게 미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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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규 작가(43)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1등 작가다. ‘허준’ ‘올인’ 등 시청률 40%를 넘긴 국민 드라마를 다수 창조해낸 그는 MBC TV 월화극 ‘주몽’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작가로서 '트리플 크라운'의 대업을 달성한 그는 2005년 말부터 작가의 영역을 넘어 외주 제작에 까지 손을 뻗었다. '미다스의 손'을 대본에만 그치지 않고 드라마 전체를 어우만지겠다는 포부인 것. 처음 론칭 때부터 그의 새 출발에 방송가는 술렁였고 큰 기대감을 나타냈 듯 그의 외주호 에이스토리는 순항 중이다.

또한 일간스포츠와 CJ미디어라는 유력 기업들도 그의 힘을 믿고 지분 참여하며 같은 배를 타는 등 위기 분산과 큰 도약의 발판도 마련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드라마 사업가가 아니다. 생소하지만 '드라마 크리에이터'다.

그는 "유능한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재편되면 그가 동시에 세 편 정도를 기획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집단 창작제가 정착하고 성공하는 것과 괘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대박' 작가에서 전천후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고 있는 최완규 작가와 6일 ‘주몽’ 종영에 맞춰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주몽’이 성공적인 결말을 맞았다.
 
"시청률과 연관지어 운이 참 좋았다. 준비 상황이나 집필 과정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완성도가 좀 부족한 면이 있는데 끝까지 시청자에게 소구력을 유지한 것이 다행이고 고맙기까지 하다.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기획 의도를 유지한 셈이라 더욱 기쁘다."
 
-전투신의 허술함 등에 지적이 많았는데.
 
"제작 여건상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타사 고구려 관련 드라마들이 야심차게 시작하는 상황에서 한참 진행된 ‘주몽’의 전투신과 비교된 것이 불리했다. 하지만 타 드라마들도 그 밀도를 계속 유지 못하고 있지 않나. 제작비 문제와 함께 대본 작업이 늦어서 시간이 없었던 부분도 있다. 늘 반성하는 부분이지만 좀 더 대본 작업을 철저한 계획 아래서 빨리 진행했으면 하는 것이 제작진과 연기자에게 미안함 점이다."

 
-‘주몽’의 성공 요인을 꼽으면.
 
"드라마 구조를 쉽고 단순하게 한 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구조와 인물 관계에 대해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또 고구려 시대를 처음 드라마화해서 환타지적 요소들이 시청자들에게 색다르게 다가갔을 것이다. 또 초반 해모수의 역할이 기대 이상으로 어필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지금껏 집필한 많은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종합병원’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고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기다. 현재 ‘종합병원2’의 대본 작업 중인데 진행 상황이 만족스럽고 자신감도 있다. 다른 의학 드라마와 경쟁해도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선 ‘24’ ‘CSI’ 등 시리즈물이 유행인데 국내는 어떨 것 같나.
 
"‘ER’부터 최근 미국 시리즈물들의 경우 완성된 작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한 편에 10여명이 공동 작업하는 구조 속에서 시청자들이 드라마적 재미를 최대한 느끼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그만한 완성도를 우리의 현재 작가 시스템으론 못만들어낸다.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한다. 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에이스토리를 만들었고 3년째 실험 중이다."
 
-그렇다면 집단 작가 시스템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작가의 수를 비롯한 우리 제작 현실에서 드라마 형태는 무척 다양하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여럿이 쓰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CSI’나 ‘ER’같은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드라마는 혼자 쓰면서 완성도를 구축하기 힘들다. 그런 부분을 염두를 둔 시스템을 통해 완성도 높은 시리즈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세 편의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종합병원2’와 사극, 시대극 등 시리즈물을 준비 중이다. 우린 대본이 반 이상 나온 상황에서 제작에 들어갈 것이다. 충분한 기획 과정을 거쳐 제작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에이스토리 론칭 이후 사업가로 변신했다는 평이 종종 들린다.
 
"사업가라기 보단 작가로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도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작가 시스템이 구축된 구조에선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편을 기획하고 동시에 두어편은 쓰면서 나머지를 시스템 하에 일관성있게 유지하고 제작과 연관된 상황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역할 변화를 거쳐 2~3년 후엔 크리에이터로서 제대로 자리잡고 싶다. 솔직히 작가 출신인 제리 브룩 하이머처럼 되는 게 꿈이다."
 
-시들고 있는 한류 타개책은.
 
"이젠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해야하는 시점이다. 드라마 감성이 다행히 일본 시청자들과 같은 것 같다. 바람으로서 한류가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면서 다양한 재미를 갖춘 컨텐츠로 한류 자체를 변화시켜야한다."

 
-한국 드라마의 미래에 대해 점치면.
 
"한국처럼 일주일에 많은 드라마가 방송되는 나라는 없다. 문제는 제작 현실이 그런 현실에 비해 무척 열악하다는 것이다. 책정된 제작비에 비해 실제 제작비는 1~2년 사이 두 배로 훌쩍 뛰어 '헉' 하고 경악할 정도다. 이건 얼마 못가는 구조다. 뭔가 큰 변화가 필요한데 어디서부터 손봐야하는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안그러면 공멸이다. 타개하기 위해 전에 없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 판매도 현재 구조가 아닌 글로벌 마케팅으로 전세계 배급을 노려야 한다."
 
-작가 지망생에게 조언하면.
 
"드라마가 사람과 세상을 다루어야하니 그걸 보는 눈이 폭넓고 깊어지려면 연룬과 경험이 절실하다. 직접 경험이 안되면 책 등 간접 경험으로라도 이를 넓혀야 한다. 작가 지망생은 많지만 이런 준비를 소홀한 경향이 강하다. 젊은 감각으로 반짝할 순 있지만 이 부분이 부족하면 긴 생명력의 작가가 되긴 어렵다."
 
-송일국·한혜진에게 하고 싶은 말은.
 
"꼬박 1년 넘게 굉장히 성실하게 임해줘 고맙다. 그만큼 연기도 잘해 본인들이 성과를 거둔 것도 다행스럽다. 하지만 소서노와 관련돼 멜로 등 드라마적 역할을 기획 의도 만큼 못 만들어준 게 아쉽고 한혜진에게 미안하다."
 
-‘주몽’이 내적 갈등도 많았는데.
 
"역사 왜곡, 완성도 비판 등을 겸허히 수용하고 스스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에게 관심의 영역이 아니었던 고대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를 넘어 공부와 연구의 대상으로 신화 속에 갇힌 역사를 진짜 역사로 끄집어내 논의할 계기가 된 점은 만족한다."
 
-일간스포츠와의 제휴를 통해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회사와 연예·스포츠 전문지 일간스포츠가 시청자들의 첨병으로서 같은 고민을 해야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조합이다. 때문에 적절한 결합이다."
 
-작가 및 제작자로서 각오를 밝히면.
 
"작가로선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되겠다는 것이다. 또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서 국민들이 다음 회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한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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