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 '표적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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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로 사들이는 업종과 종목이 바뀌고 있다. 시가총액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으면서 그동안 많이 사들인 업종이나 종목에서 벗어나 다른 주식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 주도 업종이 달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상승 종목군도 예전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10월까지 주가 상승을 이끈 전기.전자업종은 지난달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1.86% 하락했다. 반면 경기회복 기대감에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린 유통업이나 섬유의복 업종은 지난달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종목별로도 외국인 지분이 많아지면서 유통물량이 줄어든 '업종대표주'보다 저평가된 우량종목에 외국인의 매수가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업종과 종목이 뒤늦게 오름세를 타면서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표적'이동 중=지난 3월부터 외국인은 삼성전자.현대차.국민은행.POSCO.한국전력 등 '대한민국 대표주'를 집중 매수하며 '바이코리아'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에도 이들에 대한 매수세는 지속됐지만 매수금액은 6천1백71억원으로 10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로 감소했다.

반면 기아차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8백19억원으로 10월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현대모비스.SK㈜ 등의 순매수는 10월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외국인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것을 고비로 일부 종목에 편중된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일 외국인이 4백66억원을 순매수한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이틀 연속 외국인 순매수 종목 1위에 올랐으며 현대모비스.쌍용차도 외국인들의 매수가 집중되며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들었다.

LG증권 서동광 연구원은 "외국인이 초우량주 편식에서 벗어나 내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선취매(先取買)에 나서고 있다"며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보유 종목에 대한 종가 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까지는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승 종목군 확산=지난 1일 거래소 전체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63%에 달했다. 코스닥의 종목을 합칠 경우 상승 종목 비율은 60.8%로 40%대에 머물렀던 상승 종목 비율이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어선 것이다.

전기전자 업종에 편중된 상승세도 지난달 유통.운수장비.화학 등의 업종지수가 연중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고전했던 섬유의복.종이목재.건설 등이 지난달 5% 넘게 상승하며 기지개를 켰다.

8개월 가까이 지속됐던 대형주의 '나홀로'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형주가 5.68% 상승해 대형주 상승률(1.87%)을 세배가량 웃돌았다.

동양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증시를 주도했던 종목과 업종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외국인들이 그동안 오름폭이 작았던 중저가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수출 호조.내수 회복과 맞물려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면서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자리 걸음을 했던 코스닥도 최근 들어 낙폭이 컸던 인터넷주들이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이틀 연속 종합주가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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