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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음 ~ 봄이 입에서 아삭아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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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요즘 시장이나 수퍼마켓에 나가면 파릇파릇 봄나물이 반갑게 맞는다. 풋풋한 흙내음이 정겨운 냉이.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하다 보면 떠오르는 건 된장 풀어 끓인 냉잇국뿐.

하얀 알뿌리가 가냘프게 보여도 톡 쏘는 매운맛이 매력적인 달래. 이 역시 머릿속에 맴도는 메뉴는 뻘건 달래무침이 고작이다.

"1년을 꼬박 기다렸다가 만나는 봄나물인데 매년 똑같은 요리만 해 먹자니 봄나물에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결혼 10년차 베테랑 주부이면서도 아직까지 소녀의 감수성으로 살고 있는 주부독자

김현옥(39.경기도 분당시 서현동)씨의 귀여운 하소연이다. 김씨의 주문에 맞춰 색다른 봄나물 요리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진승국(사진) 주방장에게 물었더니

우리랑 가장 친숙한 외국요리인 중식 메뉴로 풀어냈다.

글=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두릅 탕수

봄나물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미끼요리다. 바삭바삭한 튀김옷을 입혀 평소 친숙한 탕수육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특히 두릅의 밍밍한 맛과 무른 질감을 숨겨 아이들에게 두릅의 맛과 친해지도록 할 수 있다. 두릅나무의 어린 순인 두릅은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A와 C, 칼슘.섬유질이 풍부해 여러모로 몸에 좋은 봄나물이다.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에 익숙한 어른들도 색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다. 두릅 대신 다른 봄나물이나 채소를 응용해도 좋으나 튀김 요리이므로 달래는 삼가도록 한다. 탕수 소스 대신에 칠리소스로 내도 훌륭하다. 칠리소스는 육수(5컵).설탕(2큰술).소금(1/2작은술).다진 마늘(1큰술).생강(1/2개).케첩(1큰술).두반장(1작은 술)을 섞어 만들면 된다.

▶재료(4인분)=두릅 12개, 얇게 썬 당근 2쪽, 얇게 썬 오이 2쪽, 파인애플 통조림 1/2조각, 불린 목이버섯 1개, 홍피망 1/4개, 완두콩 약간, 달걀 흰자 1개분, 물 전분(마른 전분 100g+물 100㎖ 섞은 것)

▶탕수 소스=간장 1큰술, 설탕 10큰술, 식초 5큰술, 물 200㎖

▶만드는 법=①두릅을 데쳐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②달걀 흰자와 물 전분 절반을 잘 섞어 두릅을 버무려 180도 기름에서 튀긴다. ③뜨거운 프라이팬에 간장.설탕.식초.물을 넣고 끓인다. 당근.오이.파인애플.목이버섯.완두콩을 추가해 끓으면 나머지 물 전분을 넣어 탕수 소스를 만든다. ④접시에 튀긴 두릅을 담고 소스를 끼얹어 낸다.

달래 해파리 냉채

알싸한 맛이 나는 달래는 '작은 마늘'로 이해하면 쉽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도울 뿐 아니라 칼슘과 비타민 A, C가 풍부해 춘곤증을 몰아내기에 좋다. 달래는 매콤.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 먹는 게 일반적. 그러나 중국식 해파리 냉채에 활용하면 아주 색다른 느낌을 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나른한 봄날 입맛을 잃고 있을 때 내놓을 만하다. 달래 해파리 냉채는 달래 자체에 알싸한 맛이 있어 겨자를 넣지 않는다.

▶재료(1접시)=달래 30g, 오이 1/4개, 게살(혹은 맛살) 적당량, 해파리 80g

▶냉채 소스 재료=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 식초 2컵, 물 1.5컵(설탕과 식초의 양은 취향에 따라 조절), 참기름 1작은술

▶만드는 법=①해파리는 채 썰어 씻은 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고,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꼭 짠다. ②달래는 알뿌리의 얇은 껍질을 벗기고 수염뿌리를 잘라내 씻고 물기를 빼고 5㎝ 길이로 썬다. 오이도 가늘게 채 썬다. ③냉채 소스 재료를 섞는다. ④그릇에 해파리.달래.오이를 담고 소스로 버무려 낸다.

봄동 두반장 무침

언뜻 보면 배추처럼 보이나 조금 두꺼워 이름 붙이기 애매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러나 아삭아삭 씹히면서 뒤늦게 풍기는 달곰한 맛이 매력적이다. 씹을수록 봄 기운을 확실히 느끼게 하는 봄의 전령사이기도 하다. 잎이 크지 않고 속잎이 노란색을 띠는 것이 고소하고 달짝지근하다. 겉절이를 할 때는 소금에 절이지 말고 먹기 직전에 썰어 무쳐야 사각거리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봄동은 섬유질이 풍부해 위장 활동을 도와 변비 막는 데 효과가 크다. 봄동은 주로 그냥 씻어 생 쌈을 싸 먹거나 데쳐서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무쳐 먹기도 하는데 중국을 대표하는 장(醬)인 두반장으로 무쳐도 별미다.

▶재료(1접시)=봄동 80g(1/2포기), 두반장 4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2개분, 생강즙 약간, 참기름 1작은술, 식초 2작은술

▶만드는 법=①봄동을 뿌리 쪽에 칼집을 넣어 한 잎씩 잘라 깨끗이 씻는다. ②두반장과 설탕.마늘.생강.식초를 섞어 봄동과 버무리는데 마지막에 참기름을 살짝 넣어 준다.

냉이 짬뽕

짬뽕이라고 하면 보통 중국집의 빨갛고 매운 것만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한국식. 우리가 굴짬뽕이라고 먹는 것처럼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짬뽕 본연의 맛이다. 매운 게 취향이라면 재료를 볶을 때 고춧가루나 고추기름을 듬뿍 넣으면 된다. 그러나 냉이 고유의 향에 푹 빠져 보려면 맑은 국물로 끓이는 쪽이 낫다. 냉이는 한방에서 지라(비장)를 튼튼하게 하며, 이뇨.지혈.해독 등의 효능이 뛰어나다고 하니 해장 재료로도 훌륭하다. 번거롭게 삶은 국수에 말아내려 하지 말고, 뜨거운 밥과 함께 해장국처럼 내도 좋다.

▶재료(4인분)=냉이 8뿌리, 당근 1/2개, 애호박 1/2개, 양파 1개, 파 1개, 각종 해산물(새우 8마리, 오징어 1마리, 모시조개 15~20개), 불린 목이버섯 1개, 돼지사태 100g, 닭다리살 100g, 다진 생강 2작은술, 다진 마늘 2작은술, 소금 1큰술, 후추 2작은술, 간장 2작은술, 기름 적당량

▶만드는 법=①물 2ℓ에 쇠고기 사태와 닭을 넣고, 물이 반으로 줄 때까지 끓여 국물만 걸러 육수로 쓴다. ②당근과 애호박은 4~5㎝ 길이로 납작하게 썰고, 양파는 채를 썬다. 각종 해산물도 먹기 좋은 크기도 잘라 둔다. ③식용유를 두른 뜨거운 프라이팬에 해물을 볶은 뒤 따로 둔다. ④프라이팬에 파.마늘.생강을 간장으로 간을 맞춰 볶는다. 만약 빨간 짬뽕을 좋아하면 고춧가루나 고추기름을 넣어 가며 볶는다. ⑤마늘이 노릇해지면 호박.당근.양파를 넣고 볶다가 육수를 붓고 끓인다. ⑥볶은 해산물과 냉이를 추가해 한소끔 더 끓인 뒤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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