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아시아나 제살깎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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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천진취항 흑색비방 망신/LA노선 싸고 증편방해/국제경쟁력 강화 “강건너 불”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 황금시장을 겨냥해 외국 항공사들이 집중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KAL과 아시아나등 두 국적항공사는 서로 헐뜯고 약점을 들춰내는 제살깎아 먹기식 소모전으로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89년 이후 한국 항공시장의 성장률은 13.7%로 세계 항공시장의 8.3%성장(IATA자료)에 비해 월등히 높아 현재 미국·일본·대만이 복수민항을 취항시키는등 17개국 23개 항공사가 올해 9억8천만달러의 여객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실정.
그러나 최근 서울­천진간 전세기 취항을 둘러싼 흑색선전이나 서울∼LA간 증편방해 등은 두국적 항공사의 이미지실추와 함께 항공운송에 있어 상대국에 유리한 주도권을 넘겨준 셈이어서 국익을 해치는 상도의의 상실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구나 교통부는 수시로 방침을 바꾸거나 방관하며 구설수 피하기에 급급,항공정책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전세기취항=서울이원지점으로 북경 취항을 추진하고 있는 두 항공사중 아시아나가 북경과 한시간 거리인 천진에 16일 전세기를 취항시키자 KAL도 17일 같은 노선에 전세기를 운항하려다 중국측의 인가를 받지못해 실패했다.
KAL측은 중국측에 대해 전세화물기라도 운항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아시아나가 서울∼북경노선을 외면하고 손쉬운 천진노선을 택한 것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KAL의 이같은 흑색선전은 중국의 항공정책이 「1지점 1항공사」 원칙으로 돼있어 KAL의 취항지점은 상해로 정해놓은 것을 알면서도 두항공사에 모두 취항승인을 해줘 말썽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증편방해=KAL은 지난 3월24일 승객이 몰리는 여름철에 대비,서울∼LA노선에 주3편의 증편을 교통부에 신청했다.
그러자 하루전인 23일 LA노선에 11월15일부터 신규취항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한 아시아나측이 이 노선이 복수취항노선이 된 만큼 KAL의 증편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간에 끼인 교통부는 원칙도 없이 증편허용→불가→허용등 6차례나 방침을 번복하는 바람에 5월말에는 급작스런 불가통보로 예약승객 1천여명을 외국항공사에 넘기는등 결과적으로 1백만달러의 외화낭비와 국적항공사의 이미지도 떨어뜨리는 곤욕을 치렀다.
아시아나는 11월까지 취항도 하지 않으면서 취항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KAL의 증편을 방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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