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판결돋보기] 결혼 예물은 증여 성격…이혼 때 돌려받을 수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S씨(33)와 L씨(30)는 2003년 11월 결혼했다. 하지만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결혼 직후 남편 S씨가 어학연수차 캐나다로 떠났다가 3개월 뒤 돌아왔다. 이번엔 아내 L씨가 지방에서 일하는 바람에 서울의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냈다. 남편은 아내가 시댁이 있는 서울에 자주 올라오지 않아 불만이었고, 아내는 시부모의 간섭을 막아 주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두 사람의 불화는 양가 부모들의 다툼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결혼 1년9개월 만인 2005년 8월 별거에 들어갔고 지난해 이혼소송을 냈다. 남편 S씨는 예물을 돌려 달라는 소송도 함께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혼 판결을 내리면서도 S씨의 예물 반환 청구는 기각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 4부는 "혼인 예물은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며 "아내가 결혼 당시부터 성실히 결혼생활을 할 의사가 없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예물은 아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1996년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아내가 혼인 당초부터 성실히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예물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예물을 증여로 본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민법상 증여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재산을 무상으로 줄 의사를 표시해 성립하는 계약'이다. 따라서 예물은 결혼의 성립을 증명하고 부부와 양가 관계를 돈독하게 할 목적으로 그냥 주는 것이라는 뜻이다.

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