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관리,편법으로 해결되나/김수길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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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른바 타입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바로 부도다.
마찬가지로 이른바 꺾기의 반대말은 다름아닌 금리자유화다.
무슨 넌센스 퀴즈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금융을 해보고 기업 자금을 굴려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만한 상식을 다시 한번 새겨놓고 최근의 통화관리,엊그제의 재무장관 TV 대담내용을 한번 따져보자는 것이다.
다 기억하는 대로 시중 자금난이나 고금리의 아우성속에 추석 직후의 9월말 통화 증가율을 19%대에서 잡기 위해 무모하리 만큼 갑자기 돈줄을 옥죄었던게 통화당국이었다.
그 상황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것이 타입대요 꺾기다.
월말의 긴축 소나기만 피하면 또 굴러갈 대기업을 부도낼 수 없으니 오늘은 이 은행의 하루짜리 당좌수표로 부도를 막고,내일은 다시 저 은행의 하루짜리 당좌수표로 결제를 막는 식의 편법(타입대)이 나온 것이다.
또 명목금리가 규제로 묶여있는 상황에서 돈줄이 빡빡해 실세금리가 올라가면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대출의 일부를 강제로 예금들게 하는 꺾기다.
다시 말해 추석직후 통화관리의 당연한 결과가 꺾기나 타입대인데,월말의 급한 불을 끄고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당국 스스로가 이번엔 꺾기나 타입대를 다시 규제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이용만 재무부장관은 지난 일요일 TV에 나와 연말까지 1조원의 예대상계를 해서 그 돈을 중소기업에 돌리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이 말은 한마디로 「자금」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위한 「대민 홍보용」이지 자금시장을 바로 잡기위한 정책일 수는 없다.
꺾인 예금과 대출을 장부상 같이 떨어버리는 예대상계를 해보아야 금리가 자유화되지 않는 한 어떠한 형태로든 예금이 다시 꺾이게 마련임은 누구보다도 통화당국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예대상계란 원래 통화당국 실무자선에서 낯붉히며 해오던 통화관리의 또다른 편법이었지 무슨 정책의 묘수가 아니었다.
또 당국의 「창구지도」 하나로 1조원의 자금이 중소기업쪽으로 물꼬를 돌릴 수 없음은 바로 중소기업자 자신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월말엔 어김없이 통화계수에 집착하는 당국이 늘상 고금리의 눈치를 보고,그러면서도 타입대나 꺾기를 비난하는 여론을 듣기 싫어한다면 바로 코앞에 다가온 금리자유화는 대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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