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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거주 외국인들 불안에 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올들어 테러 5백건 발생/통일후유증… 유색인·동구인 대상
요즘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특히 외국인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아시아·아프리카출신의 유색인종이나 행색이 초라한 동유럽출신 난민들은 불안과 초조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TV와 신문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테러가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요즘 베를린 한인사회에서는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이 조용한 붐을 이루는 웃어넘길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통일 1주년이 지난 지금 독일에서는 외국인 혐오증,나아가 외국인에 대한 테러가 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말만 해도 외국인에 대한 고객으로 최소 9명이 부상했다고 관리들이 13일 밝혔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외국인에 대한 공격이 5백건이상 발생했고 지난 한달동안만 2백건이 집계됐는데 이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이러한 공격이 주로 구동독지역에서 대부분 우파청년들에 의한 소행으로 이들은 외국인들 때문에 직장·주택부족현상이 발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건이 서쪽까지 확산하고 있고,극우파뿐만 아니라 많은 중산층도 이에 심정적으로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습격의 진원지가 된 곳은 구동독 작센주의 호이에르스베르다시. 지난달 17일 수백명의 신나치주의자들이 난민수용소를 화염병과 돌로 습격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테러는 독일전역에 확산됐다.
호이에르스베르다에서 스킨헤드족들이 무자비하게 외국인들을 습격하는 동안 주민들이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TV에 방송되기도 했다.
이어 19일 구서독 잘루이시에서는 극우파들의 화염병공격으로 가나인 1명이 사망하고 나이지리아인 2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또 통일 1주년기념일이던 10월3일 구서독 횡세시에서는 이들의 화염병 공격으로 6세와 8세짜리 레바논 어린이가 중화상을 입었으며,10월5일 구동독 고타시에서는 43세의 소련군 병사가 4층에서 내던져져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요즘은 하루평균 수건에서 심지어 하루 50건씩 외국인에 대한 테러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독일 경찰은 밝히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지난달 29일 실시된 브레멘주 의회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국민동맹(DVU)이 6%를 획득,의회에 진출한데다 난민유입을 막기위한 기본법(헌법) 개정에 반대의사를 표시해온 사민당이 「참패」를 당해 독일의 보통사람들이 최근 외국인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매일 계속되고 있는 극우파들의 외국인테러에 대해 독일의 정치인들이 비난하고 있고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은 지난 4일 난민수용소를 방문,이들과의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 좌파중심의 학생·지식인 등 1만여명의 시민들은 며칠전 쾰른에서 외국인테러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 난민문제와 관련해 독일의 여야는 물론,여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등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10일 콜총리 주재로 열린 사민·자민당등 주요 정당 총재회담에서 난민의 권리를 규정한 기본법 16조는 개정하지 않는 대신 정치적 망명을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전국에 건설될 90개의 대형 수용소에 보내기로 하는 한편 이들의 체류자격기준을 조속히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1일 쇼이블레 내무장관이 기본법 개정의사를 다시 제기한데다 니더작센·바이에른·바덴­뷔르템베르크 등 3개주가 난민집단수용소 건설을 못하겠다고 버티는 등 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중요법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난민유입의 원인,즉 난민을 유출하고 있는 동유럽이나 제3세계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독일은 물론,같은 처지인 유럽공동체(EC)·미국 등이 공동으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서 원인처방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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