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부정,이대 무용과 뿐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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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대 무용과 입시부정사건이 예기치 않은 학생의 사고사로 말미암아 제기되면서 다시금 예체능 입시의 공정성을 전면적으로 의심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말이 의심이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엔 이젠 의심의 단계를 넘어서 『어찌 그 대학의 그 학과 뿐이겠는가. 모든 대학 예체능계 학과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아니겠는가』라는 확신에 이르게끔 될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고 경고하는 바는,이런 의심이 철저한 조사와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면 그 의심은 확신으로 바뀔 것이고 부정과 비리와는 인연이 없는 다수의 예체능 교수와 학생들마저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며 나아가 앞으로의 예체능 교육 또한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1월 하순 서울대 음대와 건국대 음대 및 일부 대학의 입시부정이 드러났을때 이미 많은 사람들은 예체능 입시비리란 한 대학,한 학과에 국한된 부분적 부정이 아니라 전국적 규모의 구조적 비리라고 보았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나 교육부의 감사는 부분적이었고 제한적인 것으로 끝나 버렸다.
만약 당시의 수사나 감사가 보다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더라면 똑같은 사안을 두고 사회 전체가 의심과 불신에 휩싸이는 이런 혼란을 되풀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차제에 강력히 요구하는 것은 입시부정을 계기로 예체능 입시비리의 구조적 현실을 샅샅이 파헤침으로써 문제점을 적시하고 앞으로는 같은 부정이 되풀이 되지않게끔 개선책을 다시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문제가 되고 있는 이대 무용과 뿐만 아니라 예체능 학과 전반에 걸친 감사와 수사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예술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타대학,타학과 교수들의 명예를 살리고 선의의 예체능계 학생들의 긍지를 회복할 뿐만 아니라 부정의 척결을 근원적으로 확보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다음,철저한 감사와 수사가 이뤄져 예체능 비리의 실체가 확실히 드러났을 때 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새롭게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대 음대 입시부정사건 이후 교육부는 형식적인 대학 감사로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지도 않았고,그 대책 또한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행정편의주의로 흘렀다.
지금 돌이켜 본다면,부정을 은폐하고 책임을 대학에만 맡겼다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부정의 심도와 비리의 구조가 여기에까지 이르렀다면 인력이 모자라 대학 감사에 소홀했다거나 입시는 대학 고유의 자율권에 맡긴다는 대책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성의했던 일인가를 이젠 교육부 스스로가 반성하고 문제제기와 대책수립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교육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켜켜이 쌓이는데도 이를 척결하지 않고 방치한 채 사회가 맑기를 기다리고 교육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우매하고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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