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버냉키 입 > 원자바오 권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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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검은 화요일(黑色星期二.Black Tuesday)'로 불린 중국 증시 폭락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증시는 반등했으나 아시아 증시는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관계기사 e11면>

◆원자바오와 버냉키의 입심 대결=13억 중국 민생경제를 책임진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1일 시장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꺼내들었다. 그는 공산당이 1일 발행된 잡지 '구시(求是)'에서 "금융 개혁에 가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또 "대외 개방을 가속화해 중국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전히 뒤떨어진 중국 금융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개혁하라는 총리의 메시지는 주가를 부양할 만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날 중국 증시는 총리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오히려 84.61포인트(2.91%)가 급락한 2797.19를 기록했다. 원 총리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매일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부양성 발언을 했으나 당일 주가는 2.2% 떨어졌었다.

공교롭게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28일(현지시간) 발언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대조를 보였다.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바꿀 이유가 없으며 금융시장도 제대로(well), 정상적(normally)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의 발언에 힘입어 뉴욕 증시는 전날의 폭락세에서 벗어나 다우지수는 0.43%(52.39포인트) 오른 12268.63으로 마감했다. 미국 투자회사 CAZ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토퍼 주크 대표는 "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데 버냉키 의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차이나 리스크' 여진=중국의 증시 폭락 사태는 여전히 아시아 국가들에 상당한 여진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증시는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닛케이 평균주가(225개 종목)는 전날에 비해 150.61포인트(0.86%) 하락했다. 홍콩 증시의 하락세도 사흘째 계속됐다. 전날 37.26포인트(2.56%) 떨어졌던 한국 증시는 3.1절이라 휴장했다.

지난해 130% 폭등과 이번의 대폭락, 또 이에 따른 여진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 내재된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중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연간 10%를 넘는 경제성장이 뒷받침해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 회계 투명성이나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 등은 여전히 세계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

심지어 중국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베이징(北京)대 우징롄(吳敬璉) 교수는 "온 국민이 돈을 빌려 묻지마 투자를 하는 바람에 유동성이 넘쳐나 주식시장이 도박판처럼 과열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경제분석가인 한즈궈(韓志國)는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낮게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고 모건스탠리의 투자분석가인 엔디셰는 "중국 증시에 거품이 있지만 즉각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증시의 안정적인 성장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고 "주식투자 수익에 대해 과세 방침은 없다"는 말을 시장에 흘리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중국 증시 급락의 쇼크가 글로벌 증시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혔다"며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으로 가격 부담도 적지 않아 당분간 오르내림이 적지 않은,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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