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 몰려4들 올텐데 아직도 공사 안 끝나 난감|분당 서현중 이찬호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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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어디까지 배웠나요.』
최근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분당신도시아파트 시범단지에 문을 연 서현중학교의 2학년1반 미술시간.
선생님 한 분에 학생 2명. 낙도의 분교를 연상케 한다.
교문·담도 없고 운동장군데군데에는 포클레인의 캐터필러가 지나간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처음 왔을 때는 모래 등 건설자재가 운동장에 가득 쌓여있고 학교건물에는 전기·전화·수도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들어갈 수조차 없었어요.』
서현중학교 초대교장으로 지난 9월 1일 부임한 이찬호 교장(56)은 처음 10여일간은 이웃 양영실업고등학교의 사무실 한 칸에서 더부살이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 61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경기도 포천의 포천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30년만에 「교직의 꽃」이라는 교장으로 처음 발령 받은 곳이 「공사판」인 셈이다.
지난달 20일 대지 4천5백여평에 32개 교실이 들어있는 5층 규모의 학교건물이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추게됐다.
남녀공학으로 학년당 10학급이다.
학교시설은 정부의 배려로 상당히 좋은 편이다. 교실마다 온·냉방기가 달려있고 칠판도 세계지도·모눈판· 원고지 모형판 등이 부착돼있는 최신형이며 학교부지도 다른 중학교기준면적보다 30%이상 넓다.
지난달 30일부터 첫입주가 시작되면서 김혁구군(2년)이 서울 중랑중학교에서 처음 전입해 왔다. 현재학생은 1학년 5명, 2학년 2명 등 모두 7명. 선생님은 9명이다.
서울 사당동에 살고 있는 이교장은 오전 8시쯤 학교에 도착, 교무회의를 갖고 교내공사현장을 둘러보는 것이 주요일과다.
그래서 항상 작업복차림이다.
문제는 시설공사 뿐만이 아니다.
『전학 온 학생마다 검인정교과서가 다르고 수업진도도 차이가 나 수업진행계획표를 짜는 것부터 하고있어요. 그리고 문방구가 없어 학생들이 학용품 구하기도 어렵고요.』
서현중학교는 아직 개교식도 하지 않았고 현판도 없지만 교훈은 있다.
「다함께 바르게 굳세게」다.
이교장은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남과 더불어 살고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곧고 힘차게 크라는 취지로 이같이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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