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만 잘 봐도 고려대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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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2008학년도 신입생 일반전형 모집정원의 50%를 수능점수만으로 뽑는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수능점수가 등급으로 발표되더라도 영역별.등급별로 점수를 매겨 학생선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 올해 수시 2학기 모집부터 지원자의 내신성적을 고교별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이런 내용의 2008학년도 대학 입학전형계획을 27일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우수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우선선발제와 수능 대신 SAT(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글로벌KU' 전형도 새로 도입한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내신과 수능 중 하나만 확실히 잘해도 고려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열어뒀다"고 전형 특징을 설명했다.

◆내신.수능 중 하나를 확실하게=올해 고3 학생부터 내신성적이 9등급제로 바뀌고, 수능은 완전등급제로 바뀐다. 고려대는 내신성적은 각 고교 내신시험의 변별력을 측정해 지원자의 과목별 성적 등급을 조정해 입시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수시모집에 한해서다. 단, 내신등급제 세대가 아닌 재수생들은 논술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비교내신을 적용한다. 비교내신은 논술시험 성적에 비례해 내신점수를 주는 것을 말한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는 3수생부터 비교내신을 적용했다. 따라서 올해 수시모집 때 고3은 내신성적의 영향이 커지는 반면, 재수생은 논술시험을 잘 봐야 유리하다.

내신 성적이 안 좋아도 수능 성적이 우수한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 생겼다. 수능 우선 선발제다. 학생부와 논술로 선발하는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는 모집인원의 절반을 수능 수리영역과 외국어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뽑는다. 두 영역 1등급자에 한해 학생부 20%, 논술 80%가 적용되고, 나머지 수시 일반전형 지원자들에게는 학생부와 논술 성적이 각각 50% 반영된다.

정시모집의 일반전형에서는 모집인원의 50%(1300여 명)까지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고려대는 이와 관련, 수능 영역별 등급 점수표를 공개했다. 박유성 입학처장은 "2006.2007학년도 합격생을 대상으로 모의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점수표"라고 소개했다. 수능 언어.수리.탐구.외국어 영역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한다.

◆수시 특별전형 '특목고 전용 리그'=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 출신자만이 지원할 수 있는 수시모집 특별전형을 도입한다. 인문계(100명)와 국제학부(약 30명)에 적용되는 글로벌 인재 전형은 외국어고를 졸업하거나 토플(TOEFL) 성적 270점 이상을 받아야 지원할 수 있다.

과학영재 전형은 과학고를 졸업하거나 과학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립형 사립고 출신자만 지원이 가능하다. 두 전형 모두 올해부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어져 지원자들은 수능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서류(학생부.AP.토플.수상경력.제2외국어 등) 전형과 논술, 면접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학무과 박대림 사무관은 "특목고 출신자들의 동일계 진학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원자격에 제한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신설된 글로벌KU 전형은 수능 점수를 SAT나 토플 점수로 대체할 수 있어 해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귀국해 국내 대학에 역(逆)진학하려는 유학생들이 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문.자연계와 국제학부에서 총 50명 이내에서 선발한다.

고려대는 또 올해부터 자연계 논술을 실시한다. 이에 대비해 올해 4, 8월 두 차례 논술 모의고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인문사회.자연계열 각 1000명씩 학교의 추천을 받아 응시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고려대는 4월 모의고사에 고교 교사들을 논술 채점위원으로 참여시키고 고려대 출제.채점 위원들과 논술 시험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고려대 '논술백서'를 제작해 상반기 중 일선 고교에 배포해 논술지도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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