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도 남한노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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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북한주민들 사이에 '남조선 사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관계자는 "고려호텔의 여성봉사원들이 스스럼 없이 윤도현.이미자.조영남 등의 평양공연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근황을 물어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달 20일 "남측의 남성이라고 하면 가수 윤도현씨를 꼽는 (평양) 시민들이 아직도 많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류경(柳京) 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통일음악회)에서 어눌한 말투와 북한의 인기가요 '심장에 남는 사람'을 멋지게 부른 조영남이 아직까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남한 가수들의 행동을 거론하고 그들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북한당국이 과거와 달리 지난해 9월 열린 '2002 MBC 평양특별공연'과 올 9월의 '통일음악회'를 조선중앙TV를 통해 여러 차례 방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음악회에 다녀 온 한 관계자는 "북한의 안내원이 남한의 인기가수 베이비복스의 노래와 옷차림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기에 '저 정도는 남쪽에서 얌전한 것'이라고 하자 그는 '저 가수의 옷차림에 놀란 것이 아니라 저런 공연을 허가한 당의 결정에 놀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과거 남한 가요나 드라마.상품 등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는 대다수 주민들은 그것이 남한이 아닌 중국 옌볜(延邊)의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탈북자의 증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교류의 과정에서,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남한문화를 완전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부분적으로 개방을 해 북한주민들의 반응을 시험해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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