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된 사람도 뽑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나이가 60인데도 가능한가요." "오전.오후로 나눠 근무하는 선택 근무제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하나은행 인력지원부 김형국 과장은 26일 출근하자마자 빗발치는 전화로 업무를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다. 김 과장이 이날 받은 문의 전화는 70여 통.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동료 4명이 받은 것을 포함하면 이날 이 부서에서만 300여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일주일 전 하나은행이 인터넷을 통해 연령.학력에 제한 없이 전업 주부를 대상으로 '빠른 창구 담당' 은행원을 공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기 때문이다. 빠른 창구 담당은 단순 입출금 업무를 처리하는 자리로 연봉(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이 2000만~2100만원 수준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20일 이 공고가 나간 지 일주일 만에 5800여 명이 지원했다. 2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니 벌써 경쟁률이 30대 1에 육박하는 셈이다. 하나은행은 접수 마감일인 다음달 5일까지 지원자가 1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박사학위 소지자부터 간병인, 대형 마트 종사자까지 지원자도 다양했다. 최고령자는 61세 주부였다. 하나은행은 지원자의 15~20%가 직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는 전업주부인 것으로 추산했다.

김 과장은 "대부분의 지원자가 육아와 자녀 교육을 위해 회사를 그만뒀거나 전업주부"라며 "근무지와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지원자가 몰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8시간 근무시간 중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을 모두 다 근무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능한 한 집 근처 영업점에 배치하기로 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