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파행국감/정 회장 증인채택 싸고 여야 강경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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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선 앞두고 힘겨루기 인상/민주,DJ 귀국후 강공여부 결정
한보그룹 정태수 전회장에 대한 증인채택문제로 30일 중단된 국정감사는 민주당이 1일 잔여일정을 전부 거부하고 민자당이 단독으로 강행해 결국 파행상태를 맞게 됐다.
이번 사태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어서 앞으로 국회운영과 정국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민자·민주당은 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각각 열어 대책을 논의,「단독강행」과 「전면 거부」라는 서로의 강경입장을 굳혀 절충점을 찾기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
더구나 민주당측이 정씨증인 채택이 어려울 경우 홍성철 전청와대 비서실장과 청와대 관계비서관을 대신 부르자는 더 강경한 대안을 내놓아 민자당이 들어주기 어려웠고 따라서 5일로 끝나는 국감의 정상화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국감의 파행운영은 선거법 협상,예산안처리,그리고 14대총선을 앞둔 힘겨루기의 예비전 성격이 짙어 앞으로 여야 강경대치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통합야당으로 강해진 면모를 이번 기회에 분명히 부각시킨다는 태도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민자당측은 기세에 눌리지 않겠다는 식으로만 맞서고 있다.
민자당은 증인을 채택할 경우 지난날 청문회같은 파급효과가 일어 총선전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뿐 아니라 특히 유엔가입의 홍보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충성경쟁」 차원에서 버티고 있어 후회할 수 없는 입장이다.
○…민자당은 1일 오전 총무단·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국감거부를 「정치쟁점화를 위한 정략」이라고 평가절하한 전날 입장을 재확인.
이날 회의에서 국감을 진행하는 각 상임위원장들은 민주당의 보이콧을 『국감실적 저조를 만회하기 위한 속셈』『야당의 국정포기에 전면 대응하자』는 의견을 개진해 국감 단독 진행쪽으로 쉽게 결론.
김종호 총무는 『국감거부가 국회운영의 투쟁수단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시키겠다』고 강경자세를 고수하면서 『민주당이 국감에 참여안한다 해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선언.
김총무는 『정태수씨같이 재판계류중인 경우 법에 따라 증인으로 부를수 없으나 그외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증인채택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민주당측이 요구하는 정씨만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
민자당이 정씨의 증인채택을 아예 묵살하는 것은 꺼진 수서사건을 다시 불지르지 않겠다는 입장은 물론 자칫하면 불똥이 또 청와대로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
○…민주당은 30일 하룻동안 국감을 거부하고 민자당측과 세차례의 총무접촉을 가졌으나 별다른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자 더이상 국감에 참석할 이유도,명분도 없다는 입장.
일단 국감거부라는 극약처방을 해놓은 이상,정상화할 명분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감복귀는 굴복이라는 생각이다.
민주당의 집요한 요구사항은 한보그룹 정태수 전회장의 증인 또는 참고인 출석문제.
정 전회장의 출석이 불가능하다면 ▲수서사건 당시 홍성철 전청와대 비서실장 또는 당시 비서관중 1명 ▲한보특혜 관련 은행장 1명 ▲고건 또는 박세직 전서울시장중 1명 등 3명과 ▲부산 블랙리스트 관련 참고인 ▲농수산물 매점매석 관련 대기업 총수 등을 국감에 불러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김대중 공동대표가 외유중이어서 일관된 전략으로 대여공세를 취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감을 계속 거부할 경우 6,7일의 여야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등 향후 국회일정의 조정여부가 문제이기 때문.
민주당으로서는 일단 호랑이 등에 탄 격이어서 입장을 바꿀만한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강공으로 계속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지도부의 고민이다.
따라서 국감 거부사태는 김대표가 귀국하는 3일이후 김대표의 결심에 따라 더욱 강경해질 수도,유화적인 태도로 바뀔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박보균·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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