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IT시대] TV + 전화 + 오디오 + 인터넷 … 통합 미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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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정보기술(IT) 분야의 대변혁이 시작됐다. IT와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과 통신 간의 융.통합(컨버전스)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또 콘텐트의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Producer+Consumer)가 미디어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IT의 발전은 우선 미디어 산업 간 장벽을 빠른 속도로 허물며 컨버전스 미디어 시대를 열고 있다. 이성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미디어 시장에서는 새롭게 출현한 윈도 비스타, 동영상 휴대전화(HSDPA), 인터넷TV(IPTV) 등이 콘텐트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된 윈도 비스타는 안방 생활의 모습부터 바꿔놓는다. PC 한 대가 기존의 오디오나 DVD플레이어, TV 등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PC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동영상이나 음악파일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TV의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을 볼 수도 있다.

또 HSDPA나 IPTV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되면 소비자가 콘텐트의 내용은 물론 사용 시간과 장소까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이런 추세에 대해 "방송사업자가 갖고 있던 편성권이나 통신사업자의 통신망 지배력도 무력화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의 강점인 쌍방향 교류와 실시간 서비스는 더욱 강화돼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재촉할 전망이다. 서강대 현대원(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채널이 수없이 늘어나는 온라인 뉴미디어 환경에서는 콘텐트의 제작자이자 소비자인 개인들이 1차 무대인 인터넷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개인'은 기존 미디어 관점에서 보면 '여러분(You)'에 해당한다. 타임스는 지난해 말 "오마이뉴스나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등 세계적인 UCC사이트에서 활동하는 'You'를 세상을 바꿀 주인공"으로 소개했다.

특히 웹 2.0시대는 미디어 시장에서 개인을 주인공으로 탈바꿈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개인들을 단순한 콘텐트의 소비자에서 참여하는 소비자(Prosumer), 창조하는 소비자(Cresumer)로 바꿔놓고 있다. 웹 2.0은 또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콘텐트의 유통 및 공유를 넓혀 디지털 멀티미디어 이동방송(DMB)이나 와이브로(휴대 인터넷) 등 이동성이 높은 단말기의 보급을 더욱 촉진시킬 전망이다.

웹 2.0 환경이 자리 잡아가면서 최고 인기 콘텐트로 부상한 UCC는 벌써 PCC(Professional Creative Content)로 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PCC는 아마추어리즘을 넘어 보다 전문적인 콘텐트로 각광받고 있다. 각 포털의 블로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블로거들이 만드는 콘텐트가 대표적이다. 다음의 정지은 홍보팀장은 "이들은 마구잡이 펌질 위주의 단순한 UCC 대신 전문성을 갖춘 콘텐트를 제작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디어 시장의 급변은 또 기존 미디어 업체들 간의 활발한 제휴와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인터넷 포털이나 통신 회사들은 유무선 콘텐트 유통채널을 확대하는 동시에 콘텐트 생산영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방송.신문 등 기존 콘텐트 생산자들은 콘텐트 활용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해 유.무선 다채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단말기 업체는 모바일 기기와 콘텐트를 결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미디어 시장에 대한 규제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디어 시장의 경계가 국내 중심에서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기덕 연구원은 "정부는 미디어 공익성 논리에만 얽매여 있지 말고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편의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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