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통일방안 수정 암시/뉴욕서의 통일관련 발언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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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연방제 수용 가능성 시사/“정상회담 열리면 뭐든지 논의”
노태우 대통령이 25일 뉴욕에서 통일문제에 대해 피력한 견해는 새로운 용어나 개념이 포함된데다 내용이 모호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노대통령이 이날 밝힌 견해중 주목되는 부분은 『먼저 우리 통일방안이 제시한 국가연합이 이뤄지고 난후 이것이 발전되면 연방형태가 이뤄지고 결국은 정치적인 완전통합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대목이다.
노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 대목의 전후에 『우리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결국은 한꺼번에 묶을 수 있을 것』『국가연합이든,고려연방제든 문제를 풀어가려면 나같은 최고책임자는 책임자끼리,중간책임자는 중간책임자끼리 만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중 관심을 끌고있는 부분은 「국가연합」과 「연방」이라는 표현이다.
일부 관측통들은 노대통령이 우리가 지금까지 주장해온 「남북연합」이 아닌 「국가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연방제」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피력한 견해의 전반적인 기조는 무언가 새로운 정책을 밝히기 위한 시사라고 보고있다.
우리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는 「국가연합」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 않다.
이는 「국가연합」이 분단고착화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통일방안에는 「연방」이라는 개념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고 있다.
즉 남북연합단계를 거쳐 통일헌법을 채택한후 총선거를 거쳐 통일민주공화국으로 간다는게 우리 통일방안의 과정이다.
이렇게 볼때 노대통령이 이번에 제시한 견해는 우리 통일방안의 수정을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남북이 유엔에 가입한 이상 「분단고착화」를 우려,다소 모호한 「남북연합」이라는 용어 대신 이제는 국제법적으로 확립된 개념인 「국가연합」을 도입하면서 단일 통일국가로 가는 과정에서도 「연방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현 통일방안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와 관련해,김학준 대통령특보가 이미 『새로운 통일방안이 앞으로 제시될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통일원등 정부관련부처나 남북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관측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노대통령이 언급한 「국가연합」은 사실상 「남북연합」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연방」이라는 개념도,이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라는 형태를 반드시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들은 보고있다.
결국 노대통령이 이번에 밝힌 통일문제에 대한 견해는 이에 대한 노대통령의 후속조치여부에 따라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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