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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왜 인간만 암수가 동등하다 우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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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윈의 대답 3: 남자 일과 여자 일은 따로 있는가?

킹즐리 브라운 지음, 강호정 옮김, 이음, 145쪽, 7500원

몹시 오래되었으면서도 멈출 줄 모르는 질문이 '남자 일과 여자 일은 따로 있는가?'다. 아담과 이브도 다투었을 수 있는 논쟁거리이자 인류 멸망의 그날까지 끝낼 수 없을 듯한 숙제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입맛 당기는 주제일 수 있겠다. 남성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직업 영역을 거침없이 점령해 가는 여성 약진 시대에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받아칠 분에게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1809~82) 선생은 대답하신다. '인간은 동물이고 수컷과 암컷은 다르다.'

지은이 킹즐리 브라운(미국 웨인주립대 법과대 교수)은 고용에서의 차별 및 남녀간 진화 차이가 지닌 법적인 의미에 천착해온 학자다. 한마디로 '일터의 생물학'이 그가 즐겨 다루는 주제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 자체가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의 결과물임을 밝히려는 진화생물학자의 태도를 견지한다. "왜 양성이 동일하다는 믿음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이 해묵은 논쟁을 좀더 다르게 생산적인 수준으로 바꿔 인간 본성과 합치되도록 환경을 변화시키자고 나선다.

여성주의자를 도발할 수 있는 이 어려운 얘기를 한국 사회에 던진 이는 "우리 사회의 과학지식문화의 지평을 새롭게 열려는" 편집동인 그룹 '이음'이다. 대학 강단과 연구원에서 일하는 강호정(환경생태학).김호(한국사).윤병무(시인).전용훈(한국과학사).주일우(환경과학사).최정규(진화경제학) 6명은 "과학과 문화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새롭고 확장된 담론의 생산"을 출판 활동의 목표로 내걸었다. 그 첫 열매가 모두 4권으로 나온 '다윈의 대답'이다. 여기 소개하는 제3권외에 1권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 2권 '왜 인간은 농부가 되었는가' 4권 '낳은 정과 기른 정은 다른가'로 이뤄졌다. 1999년 미국 예일대학 출판부에서 펴내 화제가 된 '오늘의 다윈주의(Darwinism Today)' 번역서이지만 단순한 우리말본이 아니다. 동인 번역자 각자가 주제에 대해 연구한 깊고 긴 호흡의 '옮긴이의 말'을 달아 한국 상황과 연결되는 효과를 보았다. 강호정씨는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통섭'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과 같이, 서로 다른 학문 체계를 넘나드는 노력 없이는 남녀 성차 문제에 대한 과학적인 논의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는 소회를 남겼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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