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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극적 대응이 과격 시위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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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엊그제 TV 뉴스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 서울 상도2동 재개발지역 철거민과 철거반원의 충돌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화염병이 날아 주위를 불태우고 쇠파이프와 고무줄로 만든 대형 새총이 등장했는가 하면 사제총을 사용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과격.폭력 시위가 이번 충돌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 주말부터 평화집회로 양상이 바뀌었지만 얼마 전 전북 부안의 원전센터 반대 시위 현장에는 화염병은 물론 낫과 쇠갈퀴 등 농기구가 동원됐으며 LP가스통에 불을 붙여 굴리기도 했다. 또 지난달 9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노동자대회 때는 화염병이 6년 만에 다시 등장하고 시위 진압대를 향해 볼트.너트를 발사하는 새총이 사용됐다.

폭력시위의 1차적 책임은 물론 시위를 주관한 단체나 참여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정부 및 자치단체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정부.자치단체에서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결정해 추진하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치면 슬그머니 이를 수정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해 당사자들이 평화적 집회나 대화보다는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게 아닌가.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고 시정 등을 요구하기 위한 정당한 집회는 정부가 적극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불법적인 집회나 시위까지 방치해선 안 된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 폭력시위는 반드시 추적해 책임을 묻고, 처벌문제를 협상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의 사용을 기피하는 등 여전히 전.의경의 '육탄 저지식' 시위 진압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불법적인 과격.폭력 시위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불법 시위를 통해선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음을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불법 시위를 뿌리뽑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