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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사태후 북한·중국도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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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대일 경제협력 강화 모색/북한/위기의식 팽배 문단속 철저/중국/종주국 급변에 허탈감… 재빨리 양국결속 다져
소련 공산당의 몰락과 사실상 붕괴를 의미하는 소 연방의 대규모 체제개편은 중국·북한 등 아시아 공산2국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들 아시아 공산국가들은 공산종주국의 변화에 허탈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면서 그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중국은 40여년에 걸쳐 구축해놓은 체제 기반에도 불구,소련의 대변동에 흔들리는 조짐들을 보이고 있다.
소 쿠데타 발발과 실패에 따라 안도와 실망을 함께 겪었던 북한은 소 쿠데타 실패후 대 중국 관계강화를 서둘렀다.
김영남 북한부총리겸 외교부장은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의 권좌복귀 직후 북경을 방문,첸지천(전기침)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북한·중국간 결속을 다졌다.
북한은 이번 소련사태와 관련,북한 사회주의의 독창성과 우월성을 주민들에게 반복 주지시키는 한편 이례적으로 일본 경제 전문가들을 평양에 집단초청,대일 경제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일성 북한주석은 13일 일본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자주성이 없는 나라에서 사회주의가 소멸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북한은 독자적 사회주의노선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소 변화에 아무영향도 받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써 사회주의 고수방침을 재천명했다.
김일성 주석은 또 북한·일본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동경을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시사,대일 경제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북한이 중국·일본 등과 손잡고 동남아시장을 노린 개방경제와 북한주민 사상통제,김일성 유일체계 강화를 위한 주체사상 고취 등 2개 축을 앞으로의 기본 정책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의 이축정책은 만일 개혁파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소 권력을 장악할 경우 ▲소련의 대북한 경제·군사원조 삭감 ▲소련의 대 북한 민주개혁 요구강화 ▲북한내 반 체제세력 부상 등의 사태가 닥칠 것을 심각하게 우려,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북한보다 사실상 더 취약한 입장이다.
중국은 변방소수민족의 독립요구와 국내 민주화 요구세력의 불만이 제2의 천안문 사태를 가능케 할 정도를 불씨로 남아 있다.
중국 지도부가 소 쿠데타 실패직후 보여준 일련의 민감한 반응은 중국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소 보수파 쿠데타가 실패하고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재등장한 지난달 24일,북경의 중남해에서는 이례적으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등소평)이 직접 주재한 당정치국 비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소련 쿠데타의 실패원인을 심층분석하고 미국등 서방국가들의 「화평연변」(평화적인 수단을 통한 체제전복) 움직임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의분위기는 험난한 중국 공산당의 앞날을 예감한 듯 매우 무겁고 침울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공당 중앙선전부장 왕런즈(왕인지)는 지난달 31일 사회주의 우월성과 마르크스주의 공산당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당내에 만연대 있다고 개탄하면서 대대적인 숙청작업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등소평은 지난 3일 「자계6조」라는 지시문을 전국에 시달,▲냉정하게 관찰한다 ▲기반을 굳건히 한다 ▲침착하게 대처한다 ▲힘을 기른다 ▲분수를 지킨다 ▲결코 지도자가 되지 않는다 등을 지시했다.
중국정부가 보여준 이같은 위기의식은 소련 보수파의 몰락이 결국은 소련의 급진개혁으로 이어져 소련땅에 서구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이식되고,그 결과가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은 당분간 내부의 문단속을 더욱 철저히 하고 적극적인 경제부흥책을 지속적으로 실시,인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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