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음대교수들에게 박수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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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대 음대교수들의 일체 중·고생 레슨을 하지않겠다는 전체 결의는 대학인의 긍지와 음악인의 자존심을 함께 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리라 판단하고 이 자정운동이 여타 예체능대학에까지 파급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이 결의가 대학입시 1백일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은 예체능계 입시부정 사건 이후 첫번째 시금석이 될 대학자율에 따른 예체능 실기고사에 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단순히 중·고생 레슨 거부만이 아니라 실기고사에서의 엄정성도 대학인의 긍지에 따라 확립하겠다는 2종의 결의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결의는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연초의 예체능계 입시부정사건에서 최근 김남윤 교수의 악기상에 의한 고소사건까지 겹친 서울대 대로선 대학인 본연의 자세와 음악인의 자존심을 확보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도 중대한 사안이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자신들이 참여하지 않은 실기고사에서 타대학 교수들의 부정이 저질러졌다는데 대한 분노와 자괴도 있었을 것이고 더이상 음악계 풍토가 이대로 방치되어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굳은 의지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울대 음대교수들의 이러한 자정적 의미의 결의를 보면서 결국 대학과 예술문화란 그 어떤 제도적 장치보다도 소속 구성원들의 의지와 청신한 자정노력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당면한 금년도 대입실기고사가 관주도에서 대학자율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변화만으로 시험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실기평가에 참여하는 교수진들의 도덕성과 의지가 바로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대학과 예술문화계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자율의 분위기가 충만해야할 기관이고 집단이면서 그 자율의 풍토속에서 공정성과 진취성이 함께 얻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레슨비와 레슨비를 둘러싼 흥정이 대입시를 좌우했전 작금의 풍토는 대학을 병들게 하고 예술문화계를 마치 부정의 온상처럼 인상지우는 풍토를 일부 구성원들 스스로가 자행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서울대 음대교수들의 자정결의는 레슨을 둘러싼 음악계의 구조적 부조리를 끊겠다는 단호한 결의임과 동시에 예체능계 입시부정을 자구의 노력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자정의 결의가 한 대학의 한 예술분야에만 국한될 일이 아니라 전체 대학의 예술분야에까지 확대 파급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대학인·예술인의 자정의지와 결의가 전체의 운동으로 확산되어야만 대학과 예술풍토가 구성원들의 자구에 의해 추진되고 결정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게 될 것이고 더이상 레슨과 입시를 둘러싼 추악한 잡음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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