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집값 더 떨어질까?" "설 지나면 다시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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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떨어져 지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눈다. 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는 부동산.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이다" "어느 곳이 좋다더라"는 말이 오갈 것이다. 설 연휴에 가족들이 얘기할만한 부동산 5제를 정리해봤다.

# 집값 전망: 집값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부동산 랜덤워크(Random Walk)시대.

고향이 부산인 4형제가 고향집에서 얘기하는 모습을 가상으로 그려봤다. 태어나서 45년동안 부산에서만 살고 있는 큰 형님은 단독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서울에서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는 둘째(42)는 강남에 아파트 두채를 갖고 있다. 은행원인 셋째(38)는 지난해 가을 강북에 있는 32평 아파트를 1억원의 대출을 받아 구입했고, 회사원인 막내(35)는 아직 무주택자다.

큰 형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집값 급등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같은 부산 사람들은 딴 나라에 사는 것 같애. 강남 강남 하는데, 무슨 콘크리트 덩어리가 수십억원이나 하냐. 올들어서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던데, 한참 더 떨어지지 않겠나"

강남 집부자인 둘째가 "형님은 부동산을 모른다"며 말을 자른다. "지금은 강남 집값이 하락세지만 설 지나서 보세요. 강남 지역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재건축 규제완화 등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계속 집값이 오를 겁니다. 민간연구소 등에서 거품(버블)붕괴 뭐 이런 얘기하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을 꺼라고 생각해요. 정부에서 하도 때려잡으니 잠시 주춤하고 있을 뿐이에요."

셋째가 둘째 형의 말을 거든다. "그동안 정부 정책만 믿다가 뒤늦게 지난해 가을 집을 샀는데, 막차가 아닐지 걱정도 되기는 하지만 집값이 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정부도 집값 경착륙을 바라고 있지 않잖아요. 집값이 경착륙되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내버려 두겠어요." 그는 이어 막내에게 "막내야 너도 고민하지 말고 집값이 하락세를 보일 때 집 마련해라. 뒤늦게 집 마련한게 후회돼"

셋째 형의 이 말에 막내는 그저 한숨만 내쉰다. "형님들 지금 제 또래의 무주택자들은 내집마련에 대해 거의 포기 상태에요. 일년에 1000만원 모으기도 힘든데, 언제 돈 모아 집을 삽니까. 저 같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다 앞으로 인구가 줄면 집값이 폭락할 꺼에요. 차라리 버블 붕괴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많아요"

집값과 관련해 극명하게 의견이 엇갈린 4형제의 대화는 대통령선거로 이어진다.

# 대선과 부동산: "서울 사람들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냐.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정권이 교체될 것 같은데, 부동산정책에 변화가 있을까" 큰 형님이 조심스럽게 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이에 대해 막내는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부동산대책을 바꾸기는 어려울 꺼에요. 집값 급등 때문에 대부분의 서민들이 허탈해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규제를 완화하는 공약을 내세울 대선 후보자들은 아마 없을 꺼에요. 한나라당이 반값아파트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둘째형 강남사람들은 다르게 보나요"

"글쎄 내 생각은 좀 달라" 둘째가 말을 이어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강남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내수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어 다음 대통령은 내수 부양에 신경쓸 수 밖에 없어. 역대 정부도 어쩔수 없이 '냉.온탕 부동산대책'을 왔다갔다 한거야. 그리고 강남을 언제까지 규제만 하겠어. 안 그래도 땅이 없는데."

둘째 형의 말에 막내가 발끈했다. "그렇게 되면 안되죠. 냉.온탕 대책을 반복할 경우 죽어나는 건 서민들 밖에 없어요"

# 부동산세금 :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큰 형님이 세금 얘기로 화제를 돌린다. 셋째와 막내가 '월급쟁이만 봉'이라며 갈수록 늘어나는 세부담에 불만을 쏟아낸다. 이어 자연스럽게 부동산세금 얘기가 나온다.

"올해부터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50%)되고, 공시지가 상승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데, 둘째형은 집 한채를 파는게 낫지 않아요." 셋째가 둘째에게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본다.

"솔직히 부동산세금이 부담이 되기는 해. 작년 말에 집 한채를 팔까 했는데, 시장상황도 나빴고 급매로 팔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양도세 중과 내느니 차라리 나중에 자식에게 증여세 내고 물려줄까 해. 시간이 지나면 부동산세금도 완화되지 않겠나. 양도차익의 절반 이상을 국가가 가져간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봐."

막내가 곧바로 반박한다. "대표적인 불로소득인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게 맞다고 봐요. 그게 조세정의에도 맞고. 세부담이 늘면 앞으로 매물도 많이 나올걸"

이에 둘째형은 "막내 너는 아직도 교과서적인 말만 하냐. 세금강화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게 8.31이후 확인됐잖아. 부동산규제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야. 세금을 완화해주고 공급을 늘리는게 답이야."

가상으로 꾸며본 4형제의 대화이지만 적지 않은 집에서 이같은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를 나눈 형제들이지만 부동산에 대한 생각은 극과 극이기 때문. 하지만 서로 다른 처지를 이해하면서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설이었으면 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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