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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같은 친밀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번 시베리아항의 주목적은 알타이산 우코크 지역에있는 파지리크 쿠르간봉토분의 발굴을 참관하는데 있었다. 쿠르간이라는 말은 무덤을 의미하며, 주로 스키타이인들의 무덤을 지칭한다. 또 파지리크는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약 2백여km떨어진 곳으로 1929년 소련의 유명한 고고학자인 그랴즈노프가 처음 발굴한 이후 계속 발굴되어왔기 때문에 스키타이란 말 대신에 파지리크란 말을 쓴다. 현재 진행중인 알타이 지역의 발굴을 우코크와 바보의 돌이라는 의미를 지닌 쿠투르쿤타스의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전체발굴은 소련과학의 비밀병기 기지이자, 대학원대학의 중심지이며 백계러시아인만이 살고있는 노보시비르스크에 소재한 역사·언어·철학연구소의 아나톨리 데레비얀코(준학술원회원)소장의 지휘하에 있으며, 우코크는 몰로딘 비아체스라프박사(준학술원회원)가, 쿠투르쿤타스지역은 나타리 폴로시마크박사가 각각 맡고 있다.
발굴현장 참관인들은 미국하버드대학 피버디박물관 관장인 램버그-칼롭스키박사부부, 영국 랭커스터대학 박물관장과 부관장인 아드리안 올리버와 라첼 뉴먼씨, 프랑스 파리대학 니콜 피조교수등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경희대 황룡혼교수, 성균관대 손병헌교수, 문화재연구소 유적조사실 조유전실장, 그리고 필자 네사람이 초청을 받았다. 일본의 경우는 고르바초프소련 대통령이 재작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양국 정부차원에서 이곳의 합동발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참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는 모스크바주재 일본대사관과 소련정부 파견의 공무원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유적의 발굴에까지 신경을 써주는 일본정부의 세밀한 배려가 부러울 뿐이었다. 일본의 발굴단은 항상 수십명이 충분한 장비와 식량을 가지고 항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캠프에 수개월이상 상주하며 국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발굴은 교토(경도)대학 고고학부 졸업생을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관서) 고고학회가 NHK일본방송의 후원을 받아하고 있으며, 그 구성은 쓰보이 기요다리(평정청족), 가와마타 마사노리(천우정지) 고쿠시간(국사관) 대학교수와 사와다 마사유키(택전정소), 국립문화재 나라 (나량) 연구소 매장문화재센터 유물처리연구실장등이었다. 미국도 내년부터 유적을 맡아 독자적으로 발굴에 참가할 예정으로 있다. 우리도 언제나 발굴에 참여할 수 있을는지는 오직 국력의 신장에만 기대할 따름이다.
알타이란 명칭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언어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송기중교수의 이야기대로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긴 하지만 우랄알타이제어 혹은 알타이어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타이어족의 고향이 알타이산맥이라는 식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알타이지역은 한국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우리는 그같은 사실을 유물에 앞서 그곳의 사람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알타이산맥을 헬기로 전후 3회에 걸쳐 돌아 본 다음 알타이자치구에서 알타이인을 만나본 것은 그곳의 행정구역의 하나인 야누이읍에서였다. 그곳에 많이 살고있는 백계러시이인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멀리서 보아도 우리와 얼굴이 흡사한 황인종이 알타이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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