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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조작 개입여부에 초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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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변칙바겐세일과 관련, 유명백화점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20여차례의 법정공방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사기혐의로 기소된 백화점 실무책임자 6명에게 3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에대해 소비자단체들은 『형사사건 무죄판결이 백화점의 변칙세일에 면죄부를 쥐어준 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비록 백화점 실무책임자들이 형법상 사기혐의에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하더라도 경제기획원의 고발이 없어 형사사건에서 심리되지 않은 백화점측의 공정거래법위반등 다른 위법행위가 함께 다뤄지는 민사소송에서는 충분한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형사소송은 실무책임자 피고인의 사기죄 유·무죄만이 판단됐을 뿐이며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공정거래법 제56조 및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손해배상 책임이 다루어지지 않았고 소송당사자가 실무책임자가 아닌 백화점 법인체이므로 형사무죄판결과 민사소송은 다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형사상 사기혐의에 무죄판결이 내러졌더라도 공정거래법위반등을 포함한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마저 면할 수는 없다고 주장, 민사소송을 통한 다툼은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백화점 변칙세일」은 38년 경제기획원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등 5개도시 10개 백화점을 대상으로 부당거래행위 실태조사에 나서 이들 백화점의 변칙세일 수법을 적발해 내면서 소비자운동차원으로 파문이 확산되어왔다.
소비자단체등은 상품가격을 높게 매긴뒤 이를 비슷한 폭의 할인율로 낮춰 판매하는 등의 변칙세일이 백화점의 공신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기망(기망)하는 행위라며 즉각 이를 고발하고 나섰다.
또한 형사고발과는 별도로 소비자 52명의 고발을 접수, 롯데등 3개 유명백화점을 상대로한 2천3백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89년3월 서울민사지법에 낸 것.
원고 소비자측은 『고도의 신용을 바탕으로 정찰제·품질보증제등을 시행해온 백화점의 불공정거래행위임을 알지 못한채 변칙세일 상품거래를 함으로써 상품가격에 상당하는 손해와 함께 공정거래위의 적발로 불공정거래행위가 밝혀져 정신적 충격과 고통까지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백화점측은 『상품판매에 있어 고객의 구매의사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는 상거래 본질에 해당하는 것으로 위법적 요인이 없을뿐 아니라 원고측이 주장하는 손해와 공정거래위가 내린 시정명령의 내용·시기가 인과관계에 있지 않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부인하고있다.
담당재판부인 서울민사지법 합의42부(재판장 조중한부장판사)는 2년6개월간 21차례의 공판이 진행된 소송을 심리하면서 6월 선고기일을 잡기도했으나 좀더 충분한 심리를 거쳐 최종 법률판단을 내리기로 하고 변론을 재개, 20일 제2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불법행위를 입증해야하는 민사소송에 있어 소비자측이 사기세일기간중 백화점과의 거래로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과 백화점측의 조직적인 가격조작개입사실을 입증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재판결과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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