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테마는 인생. 명절이면 으레 한두 시간씩 고스톱판이 펼쳐지게 마련이다. 도박판만큼 삶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테마도 없을 터. 지난 추석 영화로도 흥행한 허영만의 '타짜'(랜덤하우스). 어느 나라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도박만화의 지존이다. 총 4부 중 현재 3부까지 나와 있다. 1부는 '지리산 작두'로 불린 타짜(도박 고수) '고니'의 이야기다. 2부는 고니의 조카인 '대길'의 이야기, 그리고 3부는 전설의 타짜 짝귀의 아들 '일출'의 얘기다. 주인공들은 속고 속이는 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고우영의 '오백년'(애니북스)도 인생의 부침을 담았다. 조선왕조 500년의 가려진 이야기와 그 속의 인간 군상(群像)을 드러낸다. 1970~80년대 발표한 다른 작품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작가의 필력과 해학은 그대로다.
세 번째 테마는 SF(공상과학). 사이보그, 거대 로봇, 우주인의 침략, 타임머신, 우주여행, 생체 이식, 피라미드의 신비 등 70년대 소년이라면 누구나 열광했던 소재다. 요코야마 미쓰데루의 '바벨2세'(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는 이런 흥미진진한 소재를 모두 담았다. 과거 만화 출판사의 대명사 클로버문고에서 복사판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를 기억한다면 37년 만에 정식 발매된 이 만화가 이번 명절 가장 짜릿한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키무라 마코토의 '프라네테스'(프라네테스)는 SF의 모범작. SF라는 장르가 인간의 본성을 그리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