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물가·국제수지/정부선 “땜질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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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추석이 고비” 행정지도만 강화/물가/원유도입 줄이고 또 건축억제/국제수지/비효율 없애는 실속정책 시급
정부는 4일 오전 물가대책차관회의,오후에 국제수지관련 경제장관회의를 잇따라 열고 물가 및 국제수지안정대책을 마련,시행키로 했다.
정부는 물가 한자리수 달성은 추석물가를 잡는데 달려있다고 보고 행정력을 총동원해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한 38개 중점관리대상 종목과 4개 개인서비스요금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국제수지와 관련해 정부는 단기적인 수입절감 방안으로 원유도입을 줄이고 외화대출비율을 낮추며 은행차관도입을 억제하고 상업용 건축물의 착공시기를 10월이후에서 내년이후로 미루는 등의 방안을 마련,시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원유도입을 앞으로 하루 10만배럴정도(1∼7월중 하루평균 도입량 1백3만배럴,90년 평균 84만5천배럴)씩 줄이며 외화대출비율은 현행 80∼1백%에서 60∼90%로 낮추고 항공기·선박의 신규 도입도 내년이후로 늦춘다는 방침이다.
또 건축경기 진정을 위해서는 건축허가를 내주고 착공시일을 9월말로 미뤄놓은 상업용건물을 내년이후로 미루고(5백83건,2백80만㎡) 미분양이 생기고 있는 지방아파트의 분양 및 착공을 억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물가·국제수지대책은 미봉책의 인상이 짙고 또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커 4일 오후의 경제장관회의에서도 격론이 예상되고 있다.
원유도입 축소에 대해 동자부는 지금이 겨울철 성수기에 대비한 비축기간이며 1∼7월중 도입물량은 올해 계획치(1백5만9천배럴)를 밑도는 것으로 줄일 여지가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 항공기도입이 늦어질 경우 11월중 미국취항이 예정돼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일정연기가 불가피하고 결과적으로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타국기에 넘겨줄 수 밖에 없다.
외화대출비율의 하향조정은 국제수지적자에 큰 요인이 되는 시설재도입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겠으나 이 또한 본질적인 처방은 아니다.
물가대책도 행정지도와 수입확대가 축을 이루고 있는데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물가와 국제수지악화의 원인은 과성장에 있으며 과성장을 줄이기 위해선 통화긴축→금리상승→투자·소비수요감소라는 힘든 과정을 거쳐 안정을 되찾는 원론적인 총수요관리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곁가지나 쳐서 물가·국제수지를 근본적으로 잡을 수 없으며 통화긴축과 금리상승을 통해 경제의 비효율적 부문을 제거하는 실속있는 성장정책을 취하는 것이 시급한데도 정부가 애써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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