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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배상”­일 “경협”시각차 여전/북경 4차 수교회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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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구권 문제로 협상 초점 좁힌건 성과/북한 「접근속도」내부입장 정리안된듯
소련의 대격변으로 북한측의 태도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일본간 4차수교협상이 북경 북한대사관에서 예정보다 이틀 늦게 2일 끝났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측은 식민지시대 청산문제를 「재산권·청구권」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북한측에 그 근거가 되는 객관적 자료의 제시를 요구했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측이 주장해온 교전국간에 적용되는 「배상」이나 전후 45년간 적대행위에 대한 「보상」개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하는 것으로 한일국교정상화(65년)때와 마찬가지로 「경제협력」이라는 형태로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전인철 북한대표는 『객관적 자료로 일본측은 우편저금·연금증서·징용미불금 등을 증거로 내라고 하지만 조선해방후 46년이나 지난 현재 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노예생활 아래서 저금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고 말해 객관적 자료의 제시는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대표는 2일 저녁 기자회견자리에서 전전의 인적피해와 관련,독일의 유대인 보상사례등을 근거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피해는 한반도 전체로 계산하지만 보상은 북반부의 피해에 대해서만 요구하겠다』고 북한측 나름의 보상근거자료를 수집하고 있음을 비췄다.
전대표는 이와 함께 구체적 배상대상으로 ▲강제연행이나 징병·징용·종군위안부등으로 살해된 1백만명 ▲약탈된 금·은·목재 등 천연자원 ▲반일운동중에 몰수된 가옥이나 재산을 들었다.
일본측은 지난 65년 한일국교정상화때 체결된 「청구권·경제협력협정」을 그대로 원용해 경제협력 형태로 청구권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적 해결」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북한측은 일찌감치 『모든 인적·물적피해에 대해 하나하나 계산해 보상받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견해차는 아직크다.
그러나 일본측은 북한측이 결국 자료를 제시하지 못할 공산이 커 사실관계의 입증이 곤란하다는 이유를 붙여 일본이 3억달러의 무상자금,2억달러의 장기저리차관,3억달러이상의 민간신용자금이라는 선에서 해결한 「한일국교정상화방식」에다 그동안 상당한 세월이 흘렀음을 감안,「이자분」을 덧붙여주는 식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일본간의 수교협상이 「배상원칙」에 대한 논의로 좁혀짐에 따라 11월초 열기로 합의한 제5차 본회담에서는 「전체 배상 규모를 얼마로 할 것이냐」가 초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4차 본회담이 예정보다 이틀이나 늦어진 것은 일본측이 북한에 납치돼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일어담당교사를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은혜 문제」를 거론하자 북한이 사전묵계를 깨고 『남측이 만든 사건』으로 조사 자체를 묵살한 때문이지만 이 과정에서 최근 소련정세가 북한측을 경화시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반증하듯 북한측은 국교수립이전에 해결하기로 했던 「일본인처의 고향방문」까지도 「국교수립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식으로 나오는등 태도가 상당히 경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대표단에 『소련정세를 어떻게 보는가』고 질문하자 북한측은 『우리는 사회주의를 고수한다. 우리 사회주의는 소련과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면서 「신경질적인 태도」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북한이 계속 그들식 사회주의를 고집,국제적으로 폐쇄체제를 유지할 것인가,아니면 일본과의 수교를 서둘러 경제협력을 받아내려 할 것인가의 입장정리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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