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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홍수를 멈추게 하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통관기준으로 잡은 금년도 무역수지적자가 지난 26일로 96억달러를 돌파,백억달러 적자는 시간문제로 남게 됐다. 지금까지 누적돼온 적자규모도 문제지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부터 연말까지,그리고 내년중에 무역수지가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할만한 근거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이 문제로 크게 수선을 피울 것은 없다고 하더라도 경제정책목표들중에서 대외균형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상응하는 정부의 관심표명과 대응책제시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응책은 커녕 내년도의 팽창예산에서 보는 것처럼 오히려 무역수지 악화요인을 추가시키는 정책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금년도 무역수지악화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는 수입증가를 보면 그 증가폭도 문제지만 수입구조의 변화도 우려할만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의 수입증가세는 5월과 6월이 20%안팎이고 4월과 7월은 30%를 웃돌아 우리경제는 문자 그대로 수입의 홍수 속에 빠져 들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중의 수입동향을 보면 수출용보다 내수용 수입이,자본재보다 소비재 수입이 훨씬 더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같은 수입구조의 악화는 우리의 산업생산과 소비활동구조가 앞으로의 무역수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역수지 악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89년부터 시작해 작년과 금년에 이르기까지 3년동안 급격한 악화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개선보다는 악화추세를 지속시킬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산업경쟁력이 단기간에 강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는 한편으로 수입억제를 위한 정책수단은 점점 더 많은 제약을 받게 되며 물가상승 또한 두자리수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국제수지 방어대책이 될 수 있는 환율조정도 이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올 상반기에 무역적자가 그토록 빠르게 늘어난데다 물가도 주요교역대상국 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환율은 이를 충분히 반영할 만큼 오르지는 못했다. 물가변동 차이를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은 거꾸로 움직여 소폭이기는 하나 원화가치를 절상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율변동마저 무역수지의 개선보다는 악화를 부추긴 셈이다.
뾰족한 정책수단의 개발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정부의 속수무책을 정당화 시켜주지는 않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오래전에 깨져버린 금년도 경상수지와 무역수지의 목표치를 현실에 맞게 상향조정하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솔직한 인식을 토대로 국제수지 방어를 위한 국민의 협조를 집결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먼저 나라살림의 절제를 실천해 보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국민전체가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는 수입폭증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검소한 생활풍조가 우리사회에 깃들이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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