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공개석상서 고르비 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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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러시아공 의회서 강화된 권력 극적으로 과시/하루만의 번복인사 추측 만발/전 KGB의장 “후회는 않는다”
모스크바 복귀 이틀째를 맞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권력정비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옐친러시아공대통령은 사실상 소련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언론사 정간조치 및 국유화와 대표자 해임은 물론 내각인사에까지 깊이 관여해 양자의 권력공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권력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보이고 있다.
한편 모스크바시민들은 23일에도 소련공산당사로 몰려가 동상을 철거하고 소련기를 내리는 등 쿠데타에 대한 분노를 계속 표출했다.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은 23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을 공개석상에서 무시함으로써 정변이후 강화된 자신의 권력을 극적으로 과시했다.
옐친은 이날 고르바초프와 함께 러시아공화국 최고의회에 출석,고르바초프가 분명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공화국내 공산당 활동을 잠정 금지시키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옐친은 또 고르바초프의 각료 대부분이 이번 쿠데타때 설치된 국가비상사태위원회를 승인했음을 적시한 보고서를 고르바초프가 큰 소리로 읽도록 했다.
TV 생방송으로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진 이처럼 긴박한 광경은 옐친이 고르바초프의 복귀를 주도한 이래 나타난 권력이동을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대통령직 복귀후 대대적인 인사쇄신을 단행하고 있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하루만에 국방장관 임명을 번복함으로써 여러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22일 미하일 모이세예프를 쿠데타에 가담한 드미트리 야조프의 후임 국방장관서리에 임명한뒤 미 행정부내에서 요란할 정도로 「적임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고르바초프의 조치는 더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이루어진 일련의 인사조치는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의 주장이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 행정부가 고르바초프·옐친과 과거보다 더욱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일부 미국 관측통들은 미국의 입김 작용 가능성도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쿠데타에 가담한 죄목으로 다른 주모자들과 함께 체포된 블라디미르 크류츠코프 소련 KGB 전의장은 『별다른 후회를 느끼지 않고 있으며 수사를 통해 석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CBS­TV방송이 22일 소련에서 입수,전국에 방송한 비디오테이프에 따르면 그는 『수사관들이 이번 사건에 대한 깊이있고 완벽한 수사를 해 석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소련 쿠데타 주모자중 의원면책특권에 따라 자유상태에 있던 올레그 바클라노프 연방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바실리 스타로두브체프 연방농민연맹의장이 23일 소련 최고회의가 그들의 면책특권을 철회한 후 주모자 8명중 마지막으로 체포됐다고 최고회의 공보실이 발표했다.
○…미 행정부는 소련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기 불과 수시간 전까지도 쿠데타기도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오판,8인비상위원회와 핵문제와 관련된 두가지 문제에 대한 협상의 문을 열어두기로 결정했었다고 워싱턴 타임스지가 23일 보도했다.
워싱턴 타임스지는 익명을 요구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20일 아침(미국시간)에 열린 백악관회의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이같은 정책에 합의했으며 『이들의 일치된 의견은 쿠데타의 성공가능성이 실패가능성보다 높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외신 종합>
◎고르비­옐친 러시아공 의회 질의 응답/“공산당원 일부만이 쿠데타 지지/반공 히스테리는 피해야만 한다”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23일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에 참석한 고르바초프는 의원들의 고함으로 연설을 중단당하고 모욕적인 질문을 받고도 참고 견뎌야 했다.
다음은 엘친 및 의원들과의 질의응답 요지.
­옐친=(쿠데타가 성공한 것으로 보였던 19일의 소연방 내각회의록을 쳐들고) 누가 유죄인가,누가 쿠데타쪽으로 돌아섰는가,읽어보라.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옐친=러시아공화국내에 있는 공산당의 재산을 러시아인민의 것으로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쿠데타중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내린 명령은 모두 유효한 것으로 확인했다.
­쿠데타 방지의 결정적인 수단으로서 공산당 활동을 정지시킬 생각은 없는가.
▲단호한 수단은 필요하다. 그러나 비합법화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회를 분열시킬 뿐이다.
­옐친=러시아공화국 영토내에서 공산당의 활동을 금지시키는 대통령령에 나는 서명하겠다.
▲나는 당신(옐친)이 한 일을 크게 존경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공산당원이 일치해서 쿠데타를 지지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산당을 비합법화하는 것은 잘못이다.
­옐친=이는 금지령은 아니다. 쿠데타를 규명하는 동안 당의 활동을 정지시키려는 것이다.
▲그것은 센세이셔널한 행동이다. 나는 반대다. 반공히스테리는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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