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 최고령 합격|김일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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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냉혹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우리회사의 젊은 후배들이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기술연마에 전념토록 유도하기 위해 다 늙어 주책(?)을 부렸습니다.』
12일 발표된 국가기술자격 검정 기술사시험(제35회)의 최고령합격자인 김일 씨(59·동화음향산업 부사장)는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소감을 털어놓았다.
기술사 시험은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각종 기술자격시험 가운데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해당 기술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에 입각한 연구·설계·분석·시공·평가 및 지도 등의 업무수행능력을 갖춘 고급기술인력을 선발하는 시험. 이번 상반기시험에는 3천1백50명이 응시, 20개 분야 70개 세부과목에서 필기시험(모두 주관식)+경력심사(서류전형)+면접의 까다로운 전형절차를 거친 끝에 4백54명의 합격자가 탄생했다.
『음의 재생이 위주인 가정용 음향기기 산업과 달리 현장의 육성을 보다 많은 다중에게 생생히 전달해야하는 산업용 음향산업은 우리 나라에서는 완전 초보단계입니다. 국산장비의 질도 떨어지고 전문기술인력도 거의 없습니다.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기술인 양성이 시급합니다.』
김씨는 이번 기술사자격 취득여부에 관계없이 이 분야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실력자다.
87년12월 대통령선거당시 노태우 후보의 유세현장에 음향시설설치를 전담했던 것을 비롯해 교황 방한, 천주교 2백주년 여의도 집회, 박정희·육영수 여사 장례식 등 큰 행사 때마다 「출동」, 음향관련 업무를 맡아온 화려한 경력이 이를 입증한다.
중학교 때부터 오디오에 깊이 빠져들었던 김씨는 결국 대학교 때의 전공(일본어)을 내팽개치고 소리의 세계로 뛰어든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62년 기쁜소리사에 입사해 기술담당 상무까지 지낸 뒤 같이 근무했던 이문환 씨(현재 동화음향대표)와 함께 68년 지금의 회사를 창업해 종업원 1백50명, 연간 매출액 1백30억 여 원의 큰 회사로 키워냈다.
『평생을 바쳐 일해온 이 분야의 기술수준이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이 몹시 부끄럽습니다. 후진 양성에 여생을 보낼 각오며 그러기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기술사시험에 도전했습니다.』
김씨의 소감은 처음의 「부끄러움」에서 어느덧 「단호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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