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육과정 개편에 수학·과학 강화 방안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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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안 논의가 난항이다. 예능과 체육 등 필수 과목군을 늘리려던 교육인적자원부 방침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걱정하는 여론에 밀려 사실상 백지화됐다. 대신 현행대로 인문.사회, 과학.기술, 예체능, 외국어, 교양 등 5개 과목군을 유지하는 2안과 그중 예능과 체육만을 분리하는 3안을 놓고 한 차례 더 심의회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필수 과목군을 5개에서 7개로 늘리는 개편안이 철회된 것은 학습 부담 경감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비춰 다행한 일이다. 전인교육 차원에서 안타까움이 있긴 하지만 가뜩이나 무거운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에게 불 보듯 뻔한 예체능 과외까지 부담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2안과 3안 역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국가 경쟁력의 초석이 될 수학.과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대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계 대학 신입생들에게 중.고교 교과서 수학 문제를 풀게 했더니 평균 28점에 불과했으며 서울대 공대가 수학 능력이 떨어지는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이 과외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특히 그렇다. 3안 역시 체육만 필수로 할 이유가 없다. 몸이 좀 약하다고 해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더 큰 문제는 교육과정심의회를 들러리로 여기는 교육부의 졸속 행정이다. 심의위원회 속에 비공개 소위원회를 만들어 '밀실 결정'을 내리거나 참석 인원을 제한해 이름뿐인 공청회를 여는 등 잡음 속에서 어찌 부실 심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나.

그럼에도 이달 내로 개편안 확정을 강행하겠다는 교육부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워낙 이해가 엇갈린 사안이라 논의 연장이 무의미하다거나 교과서도 바꾸고 개편 내용을 시범 적용하려면 일정이 촉박하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변명일 뿐이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백 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게 교육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한다. 우선할 것은 공무원의 편의나 교사의 밥그릇이 아니라 학력 강화요, 국가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