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로맨스' 알바논란, 비평 부재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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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과 현영이 주연한 영화 ‘최강로맨스’(감독 김정우)가 ‘알바논란’에 휩싸였다. 출연배우의 팬클럽 등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온라인 홍보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몰이 중이다. 와중에 네티즌이 여러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며 ‘최강로맨스’에 대한 5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영화리뷰 게시판 페이지 전체가 ‘최강로맨스’ 글로 덮인 캡처사진을 내보이며 “관객 600만명을 돌파한 ‘미녀는 괴로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라며 신기해했다. 또 영화제작사가 팬클럽에 보냈다는 ‘협조 요청문’, 내용이 전혀 없이 무조건 ‘강추’(강력 추천) 일색인 ‘최강로맨스’의 리뷰내용 등도 문제 삼았다. “대규모 팬클럽의 인위적 조작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주장.

그는 “‘최강로맨스’가 재미없으니 보지 말라고 쓴 글이 아니라 영화 제작사나 팬클럽(특정집단)의 참여로 영화를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과대포장 홍보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의도를 분명히 했다. “‘최강로맨스’는 쉽게 눈에 띌 정도로 의혹이 컸고 다른 영화보다 그 정도가 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화사 측은 “(네티즌이) 너무 자료를 조목조목 제시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할 정도다. 특정 영화장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팬클럽들의 활동에는 감사할 뿐이다. (영화사는) 모니터 요원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다. 다른 영화들도 그렇게 하는 분위기 아닌가”라면서 “알바를 쓴 일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내 상업영화들이 아르바이트생 동원 시비에 휘말린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과거 영화전문사이트 무비스트가 영화 ‘주홍글씨’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이런 상황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영화 ‘중천’을 비롯한 여러 영화들이 ‘알바의혹’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 의혹이 빚어지는 근본 원인은 대중 반응이 영화 평가의 기준이 돼버린 현실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씨는 “근래의 관객층은 전문비평가들의 영화평가에 거의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같은 일반관객들의 목소리를 들어 여론을 살피는 편이 영화선택 가이드 역할로 더 적합하다 판단한 듯하다. 현재 대중이 영화 선택의 가이드로 택하는 것은 인터넷의 대중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반관객의 목소리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인터넷은 여론 조작이 수월한 공간이다. 만약 영화 관계자들의 ‘알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이는 전혀 어색한 홍보방식이 아니다. 반칙이지만, 기발한 것도 아니다.

이씨는 “비평계가 다시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 천천히 신뢰도를 쌓아가거나 ‘알바’가 사실상 불가능한 인터넷 게시판 시스템을 갖춰 놓든가 둘 중 하나의 방법이 정착돼야 다시 영화 가이드 기능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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