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있다고 생각만 해도 진짜로 살 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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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가짜 약을 투여해도 받아들이는 이가 약의 효능을 믿으면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플라시보(僞藥) 효과'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도 마음속으로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살이 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의 과학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이 7일 보도했다.

하버드대의 심리학자 엘렌 랑거 등은 별도로 운동을 하지 않지만 하루 평균 15개의 방을 청소하는 호텔 미화원 8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미 심리학 저널 2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4개 호텔에서 일하는 44명(A집단)에게 '당신들이 늘 하는 일이 건강을 위해 매일 30분씩 운동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알려줬다. 침대 시트를 갈거나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을 15분씩 하면 각각 40.50.60㎈를 소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3개 호텔에서 일하는 40명(B집단)에게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4주 뒤 두 집단을 비교했더니 체중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자신이 하는 일이 운동이라고 인식하게 된 A집단의 여성들은 평균 0.9㎏의 체중이 빠지고 체지방이 줄었으며, 혈압도 10% 떨어졌다. 그러나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한 B집단에선 큰 변화가 없었다.

랑거는 "운동효과나 건강이 마음가짐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이 분명하다"며 "그래도 어느 정도 운동을 하면서 효과를 믿어야 도움이 되지, 그냥 앉아 있으면서 '운동하고 있다'고 자기최면을 걸어봐야 자신도 믿지 못하는 것은 물론 체중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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