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가입/8분만에 뚫린 42년 장벽/정치(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반도 주변 역학관계 큰변화 움직임/민자 후계갈등 노­김 회동으로 일단락/신민,징계파동 수습 야 통합 논의 본격화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이라는 이른바 유엔정국이 구체성을 띠면서 막을 올린 한주간이었다. 유엔정국의 개막은 남북한관계를 대내외적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해야할 현실적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결을 전제로 설정됐던 한미간 안보체제의 여러틀도 그중의 하나여서 호놀룰루에서는 긴급 한미고위정책협의회가 열리기도 했다. 노태우 대통령·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주례회동에서 정치일정을 둘러싼 여권 내분에 대해 일단 가닥을 잡게된 것도 유엔정국의 영향이 다소 스며든 것으로 보여진다. 신민당도 조윤형 국회부의장 파동을 정리하고 야권통합쪽에 무게를 싣는 등 유엔정국의 본격화로 조성될 새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안보리 만장일치 통과
○…정부가 지난 5일 유엔가입신청서를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에게 제출함에따라 유엔은 기계적이다 싶을 정도로 신속하게 남북한 동시가입안을 처리했다.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 남북한동시가입 권고결의안을 찬반토론 없이 8분만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오는 9월17일 유엔총회의 형식적인 의결절차만 남게됐다.
지난 42년간 우리가 유엔가입을 위해 쏟아부은 국력소모와 남북한간의 무한대결로 인한 민족자해극을 생각할때 안보리의 8분만의 가입의결절차는 실로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남북한의 유엔가입은 보다 안정적인 남북한관계의 설정을 유도할 것이다.
북한은 무엇보다 싫든 좋든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으로 남쪽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무력도발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유엔헌장의 준수의무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유엔개발기구(UNDP) 사업으로 이뤄지게될 나진·청진 등의 경제특구사업에 우리의 참여를 인정하겠다고 시사했다. 이것은 유엔가입의 실현이 남북한관계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명시적 사례다.
우리측도 대북정책에 보다 유연성있게 대처할 움직임이다. 지난 6,7일 이틀간 하와이에서 긴급 회동한 한미고위정책협의회는 변화하고 있는 남북한정세에 맞추어 한미양국이 새로운 대북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측에서 김종휘 대통령안보보좌관이,미국측에서 칼 포드 국무부 국제안보담당부차관보와 이름이 밝혀지지않은 안보관계 고위인사가 참석한 이 회의에서 논의된 핵심사안은 군사관련문제였다.
한반도의 핵문제와 주한미군감축문제 등이 깊이있게 다뤄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남북대결의 시대에 논의조차 엄격한 성역의 대상이 됐던 한반도 핵문제가 정면으로 부각되는 현실은 실로 유엔정국의 영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앞으로 여러측면에서 나타날 것이다.
새상황의 전개에 맞는 법적·제도적 손질대상에는 헌법관련사항까지 제기될 전망이어서 유엔정국의 이른바 정치변혁설까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말까지 재론 않기로
○…지난 2주간 민자당 내분을 격화시켰던 차기대통령후보 선출의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여권내 갈등이 9일의 노­김 회동으로 일단락됐다.
노­김은 금년말까지 일절 정치일정 논의자체를 중지하고 계파활동을 자제키로 합의했다.
합의라기 보다 노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를 김 대표가 고분고분 수용한 것으로 비춰진 매우 이례적 회동결과였다.
연내 담판설을 집요하게 흘렸던 김 대표측의 이같은 돌연한 선회에 대해 구구한 해석이 나돌고 있다. 노 대통령의 김 대표 「후보언질설」에서부터 김 대표 힘의 한계인식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한반도정세의 격변속에 지도자들간의 대권다툼만 보여주는 정치행태가 국민들의 염증과 비판을 불러일으킨 점으로 보인다. 두 지도자는 이에 따라 일단 문제를 덮어둘 필요성을 느꼈음직 하다. 따라서 분란의 불씨는 잠복된 상태일 뿐이다.
○조 의원 정권 1년 확정
○…신민당의 주류측은 5일 비주류 정치발전연구회소속 조윤형 부의장 「해당행위혐의파문」을 제명이 아닌 자격정지 1년으로 처리해 내분을 수습했다.
정발연측은 이에 불복한다고 결의했으나 현실을 수용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매듭짓고 야권통합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발연은 7일 통합안으로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제 △신민·민주지분을 6.5 대 3.5 비율을 제시했으며 주류측도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신축성있는 지분율 수용방안을 내놓았다.
양측이 조 부의장 파문을 서로 불만인채로 봉합하고 통합협의에 나선 것도 국내외정세와 여론의 따가운 시선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이수근 정치부차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