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직장인 10년 상환 땐 최대 2억까지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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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그런데 정부의 잇따른 주택담보대출 규제 발표로 일반인은 물론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자들조차 혼란스럽다. 집값의 얼마만큼 돈을 빌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담보인정비율(LTV),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아파트 담보대출 건수 제한 등 낯선 규제조치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새로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은 대출규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금융기관별로 대출가능 금액이 얼마인지 파악한 뒤 자금 마련 계획을 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규제 사항과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알아봤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1일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체계 선진화 방안'(모범 규준)은 기존의 대출 규제 방안과 어떤 차이가 있나.

"모범 규준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기준을 담보가치에서 대출자의 채무상환 능력 위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앞으로 집값의 일정 비율만큼 돈을 빌려주던 LTV 방식 대신에 주택 소유자의 소득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DTI 방식이 사실상 담보대출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1.31 대책에서 발표된 모범 규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하지만 평소 관행으로 볼 때 대부분 은행들이 거의 원안대로 따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DTI는 뭐고,이를 적용할 경우 대출 규모는 얼마나 되나.

"DTI는 연간소득에서 대출금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이자 상환액을 합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만일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에게 DTI 40%가 적용된다면 대략 5000만원의 40%인 2000만원을 한 해에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10년 상환 조건이라면 2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모범 규준은 언제부터 시행되나.

"시중은행들은 은행별로 모범 규준의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만들어 2월 중에 시험 운영한 뒤 3월2일부터 시행한다."

-대출 규제가 예전보다 더 강화되나.

"물론이다. 지금까지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6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신규 구입자금 대출에 대해서만 DTI가 40% 이내로 적용됐다.

하지만 3월부터는 적용 대상이 넓어진다. 투기지역 및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6억원 이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할 때도 40~60%의 DTI 적용을 받는 것이다. 현행 DTI 규제는 아파트를 새로 살 때만 적용된다. 하지만 모범 규준에 따른 DTI 규제는 현재 갖고 있는 아파트의 담보대출에도 적용된다. 이미 담보대출 받은 아파트로 다시 담보대출을 신청할 때도 DTI 규제를 받는다. 기존 대출을 연장할 때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출 규모에 따라서도 DTI 적용 비율이 달라지나.

"그렇다. 아파트 담보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DTI가 40% 안팎, 5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면 60% 이내에서 적용된다. 하지만 대출액이 5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DTI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7평 이하) 이하이면서 시가 3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대출금이 1억원을 넘어도 DTI가 60%까지 예외 적용된다."

-그렇다면 DTI 적용을 받을 경우 LTV 적용 때보다 대출 규모는 얼마나 줄어드나.

"꽤 많이 줄어든다. 특히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담보대출액이 종전보다 크게 줄 수밖에 없다. 가령 연소득 4000만원인 근로자가 지금까지는 주택투기지역에서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대출만기가 10년 초과이면 본인 소득에 관계없이 LTV 60%만 적용받아 최대 3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DTI 40%를 적용받으면, 즉 대출 가능액이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 합계가 연소득의 40% 범위로 한정될 경우 대출 한도가 1억5000만원(대출만기 15년, 고정금리 연 6.8%,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조건)으로 줄어든다. 과거에 비해 담보대출 금액이 절반으로 축소되는 셈이다. 특히 모범 규준은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40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연소득 4000만원인 근로자가 만기를 20년으로 늘려 대출을 더 받고자 해도 소득 대비 부채비율 기준 때문에 연소득(4000만원)의 4배인 1억6000만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직장인이나 소규모 자영업자의 내집 마련 기회가 바늘구멍처럼 좁아지는 셈이다."

-모범 규준이 시행되면 LTV 규제는 없어지나.

"아니다. 기존의 LTV 규제는 그대로 살아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의 안정적 상환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채무상환능력과 LTV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 등에서 대출한도를 설정할 때 우선 LTV 규제를 통해 한도를 산출한 뒤 DTI 등 여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DTI는 투기지역.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모든 주택에 대해 적용되나. "아니다. 아파트에만 적용된다. 아파트가 아닌 일반주택 담보 대출자들은 DTI에 상관없이 담보가치에 따라 얼마든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 주택투기지역에선 시가의 50%, 비투기지역은 60%(은행 기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연립주택은 투기.비투기지역 상관없이 시가의 50%(은행 기준)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DTI 규제를 비투기지역이나 아파트 이외 주택 등으로의 확대 적용 문제는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이번 DTI 규제가 신규분양 아파트 중도금대출(집단대출)에도 적용되나.

"분양가 6억원 이하 신규 분양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 대출)에는 DTI가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집단대출의 DTI 적용 여부는 은행들의 자율 결정 사항이지만, 채택 가능성이 작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파트 분양에 당첨됐는데 대출받지 못할 경우 분양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될 것 같다. 현재 신규 청약아파트의 경우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만 DTI가 적용되고 있다."

-제2금융권도 모범 규준을 따라야 하나.

"아니다. 이번 여신심사 모범 규준은 은행권에만 적용된다. 금융감독 당국은 모범 규준을 상호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할지는 은행권의 시행 결과와 금융시장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주택 투기지역 내 2채 이상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면.

"복수 대출 규제를 받게 된다. 지난달 15일부터 투기지역 내 아파트 담보대출은 1인 1건으로 제한되고 있다. 기존에 투기지역에서 2건 이상 대출을 받은 사람은 먼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부터 차례로 상환, 최종적으로 대출을 1건으로 줄여야 한다. 만약 유예기간(1년)이 지나도 대출 건수를 줄이지 않으면 고율의 연체금리가 부과된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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