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순 전부총리가 본 중국의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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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막을 연상시키는 일망무진의 평원에 자리잡은 북경. 이 남성적인 웅장한 도시의 자연환경은 메마르고 살벌하다. 세계의 유명 수도치고 강 없는 곳은 없는데, 북경만은 예외다. 여기에는 강도 없고 산도 없다.「북해」나 「석화원」같이 인공 호수와 축산은 있으나, 이 큰 도시의 거친 자연환경을 완전히 중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물이 부족한 이 곳에서는 지하수를 뽑아 쓰기 때문에 지표가 조금씩 가라앉는 현상이 생기고있다. 이른 봄, 서울에 황사현상이 일어날 때면 북경의 거리에서는 눈을 뜨기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중국대륙을 놓고 보면 변방에 위치한 옛 괴나라의 지방도시가 어떻게 수도가 되었을까. 북경을 수도로 정한 민족은 한민족이 아니라, 그들이 오랑캐라고 부른 북방민족이었다. 10세기이후 요·금등의 강대한 만주족나라들이 파상적으로 중국을 향해 쳐들어 가는 동안, 여기연경을 임시수도로 정했다. 마침내, 이민족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한 쿠빌라이 한(원의 세조)이 1264년에 여기를 「대도」(수도)로 정했다. 그후 명·청의 양대 4백만년동안 북경은 점차 중화제국의 수도로서 오늘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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