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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 중소기업 '아름다운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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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광주와 전남 지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올해로 세 해째를 맞는다. 2005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회의 주선으로 '대.중소기업상생협의회'가 출범했다. 처음에는 그저 모양 갖추기 정도 아니겠나 생각들을 했다. 그러나 점차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 기업 간 상생경영의 한 표본이 될 만해 소개해 본다.

상생협의회는 그동안 이 지역의 주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CEO들로 구성됐다. 그리고 산하에 실무자들로 상생실무협의회를 두었다. 실무자들로 하여금 상호 대화를 열어가도록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각 기업 실무자들은 모이긴 했어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다. 서로 업종이 다르고 규모도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 실무자들의 경우 대기업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섣불리 의견을 제시하려 하지 않았다.

이처럼 실무협의회가 잘 가동되지 않자 당초 상생협의회를 만든 CEO들이 나섰다. 협의회 운영의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물심양면의 성원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들의 노력이 컸다. 대기업 실무회원인 ○부장의 경우 창립 때부터 한 번도 월례회의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석했다. 그러자 혼자서 일감을 처리하느라 경황없이 바쁜 중소기업 실무자들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열의를 보여 주었다.

기업 실무자들은 현재 대기업.중소기업을 돌아가면서 방문.회합을 하고 회원사 구내식당에서 밥상을 마주하며 회의를 지속하는 등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 같은 회합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역지사지(易之思之) 의 슬기를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송년회를 겸한 상생모임에서는 모처럼 최고경영자들과 실무자들이 모두 모이는 연석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역의 두 유망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협력해 기술개발이 가능한 아이템에 대해 사례발표를 했다. 그동안 중소기업 자체적으로 열심히 연구개발해 선보인 기술들은 앞으로 대기업들과 유기적으로 협력만 하면 부가가치 창출에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였다. 올 연말 송년모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새로운 모델까지 소개될 수 있지 않을까. 성급한 기대도 해 본다.

올해 상생경영은 무한경쟁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한국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다. 향후 지속가능한 상생협력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신뢰구축을 통한 시너지 향상으로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지향해 나가야 함을 볼 때, 광주.전남 지역의 상생 노력이야말로 우리 산업현장에서 창조적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모범사례가 아닌가 싶다.

박성수 전남대 교수·한국산학협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