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초이' 최희섭 "1루수 비워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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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초이' 최희섭(24)이 전격 트레이드를 통해 장밋빛 미래를 열었다. 올 시즌 시카고 컵스에서 뛰었던 최희섭은 26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챔피언 플로리다 말린스로 트레이드됐다.

대신 말린스의 1루수 데릭 리가 시카고 컵스로 팀을 옮겼다. 올 시즌 뉴욕 양키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말린스가 몸값에 부담을 느낀 리(연봉 4백25만달러)를 내보내고 연봉 부담이 작고 가능성이 큰 최희섭(연봉 30만5천달러)을 키워보기로 한 것이다. 최희섭으로서는 잘 된 일이다. 컵스에서 백업 1루수나 대타로 출전 기회를 잡는 것보다 말린스에서 풀타임 1루수의 위치를 굳히고 중심 타자로서 성장할 가능성을 잡는 게 더 낫다.

내년에 메이저리그 2년차가 되는 최희섭으로서는 자신의 가치를 외부에 알리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감독의 성향도 최희섭의 편이다. 컵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을 중용하는 데 반해 말린스의 잭 매키언 감독은 과감하게 신인을 밀어준다.

최희섭이 내년 시즌 초반 팀에 잘 적응할 경우 몇년 안에 내셔널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CC(카브레라-초이)포'를 이룰 수 있다. 최희섭과 카브레라는 마이너리그 시절 함께 뛴 적이 있다.

카브레라가 오른쪽 타석, 최희섭이 왼쪽 타석에서 장거리포를 펑펑 터뜨리는 거포라는 것도 둘의 조화를 기대케 한다. 카브레라는 올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승격돼 말린스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스무살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정확성과 장타력을 뽐냈다. 정규시즌 성적은 카브레라가 87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때렸고, 최희섭은 80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때렸다.

한편 데릭 리의 컵스 이적은 메이저리그를 노크하고 있는 이승엽(삼성)에게도 유리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리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LA 다저스나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에 이승엽의 존재가 더 절실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와 함께 스토브리그 1루수 부문의 우량주로 꼽히는 리치 섹슨(밀워키 브루어스)도 다저스나 오리올스가 아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의 이적이 유력해 이승엽은 추후 협상 테이블에서 좀더 좋은 조건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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